정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할까?
 
 [2007-12-26 오후 5:02:00]

▲ 토월유치원 함윤지 원장
얼마 전 베스트셀러였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인간관계에서 긍정적 관심과 칭찬, 그리고 격려가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공감할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가정, 직장 등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에 대해 긍정적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칭찬과 격려를 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합니다.  

오히려 우리 삶은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부정적 반응으로 둘러싸여 있고, 잘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는 가정과 직장에서 다른 사람들이 일을 잘하고 있을 때는 무관심하다가 잘못된 일이 생겼을 때만 흥분하고 질책하거나, 한편으론, 칭찬이랍시고 오히려 타인에게 걸림돌이 되는 칭찬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7살 난 딸을 둔 한 유치원 학부모 ㄱ씨는 다음과 같은 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딸아이가 피아노 학원에서 돌아와서 투덜거리더랍니다.

“엄마, 우리 선생님은 참 이상해.”

“왜~? ”

“나 오늘 피아노 치다가 자꾸 틀리고 못 쳤거든? 그런데 잘 친다고 하잖아. 잘 못 치는데 잘 친다고....... 그건 거짓말이잖아....... ”

ㄱ씨는 내심 의아한 마음이 들더랍니다.

‘칭찬 받았으면 좋아할 일이지, 왜 또 저렇게 불평을 할까? 내 딸이지만 참 까탈스럽기도 하지........’라고 말입니다.

 

부쩍 외모에 관심을 갖게 된 딸아이를 또 다른 학부모 ㄴ씨의 경험입니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공부나 열심히 해 줬으면.........하고 바라는 부모 맘과는 달리 초등학교 4학년이 되자 외모에 무척 민감하더니, 하루는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엄마, 나 너무 뚱뚱하지?, 코는 또 이게 뭐야! 돼지코 같이........  짜증나!”

“니가 뭐가 뚱뚱하다고. 다른 애들이 너무 빼빼 마른거지. 빼짝 곯은 것 보다 얼마나 더 보기 좋다고. 그리고 네 코가 어때서? 복 코다, 복 코! 딱 맏며느리감으로 얼마나 복스럽고 예쁜데!” 그럼에도 딸아이는 더 시큰둥해져서는 “엄마도 고슴도치 엄마처럼 자기 자식이니까 이뻐 보이겠지!”하며 문을 쾅 닫고 나가더랍니다.

 

만약 첫 사례의 피아노 선생님께서 ‘잘 친다’는 칭찬의 말씀 대신,“오늘은 실력 발휘가 잘 안되네? 마음처럼 잘 안쳐지니까 속상하지?”라고 말씀해주셨더라면....... 어땠을까요?

외모에 신경질적인 딸아이에게, ‘보기좋다’, ‘복스럽다’, ‘맏며느리감이다’란 칭찬의 말씀 대신, “솔직히 엄마 눈에는 너무 이쁘지만, 그래도 좀 더 예뻐졌으면 하는구나? 살도 좀 빼고 싶은 데 힘들고 속상하지?”라고 말씀 하셨더라면요?

 

가끔은 칭찬보다 더 좋은 말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웃집 중학생 아이가 아침 출근길에 만난 제게 꾸벅 인사를 합니다.

“그래, 참, 착하구나. 인사도 잘 하고”라고 응대한다면, 아마 쑥스럽고 멋쩍어져서, “착하긴 뭘요.”라고 대답하며, 속으로는 착하다는 칭찬이 부담이 될지도 모릅니다. “아침 일찍, 니 인사 받으니까 참 기분 좋다!”라고 말한다면, 그 학생은 잠시 머쓱하긴 해도 마음은 흐뭇해질 것입니다.

 

칭찬이라도 상대방이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부분이거나 자신의 바램과 다른 경우에는 달갑지 않고 오히려 칭찬하는 사람에게 조롱당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바로 내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긍정적인 내 마음을 전하는 말(나-전달법이라고 하지요.)이 아닐 때 칭찬은 오히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의 벽을 만들고 걸림돌이 되게 합니다.

 

사랑해'와 `사랑스러워'를 비교해 봅시다. `사랑해'는 누구에게나 쓸 수 있는 말로, 윗사람에게도, 대등한 인간관계에서도, 아랫사람에게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내가 너를 사랑해'의 줄인 말로서 사랑하는 주체가 `나'이기 때문에 내 마음을 전하는, 나-전달법이 됩니다.

그에 비해 `사랑스러워'는 아랫사람에게는 쓸 수 있지만 윗사람에게는 쓸 수 없겠죠. `할아버지, 사랑스러워요'는 곤란합니다. 이는 `너는 사랑스러워'의 줄인 말로서 사랑스런 주체가 `너'이기 때문에 너-전달법에 해당합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칭찬은 너-전달법에 속하는데 칭찬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칭찬한다면 버릇없는 사람으로 취급받기도 합니다. 일상적으로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관계는 수직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민주적인, 수평적인 관계와는 구별됩니다.

따라서 내가 상대방에게 윗사람으로 (때로는 실력 있는 사람으로) 충분히 인정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너-전달법 칭찬을 자제하고 긍정적인 나-전달법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고래를 춤추게 한 칭찬은 사소한 변화나 노력을 아낌없이 지원해주고, 그 노력의 결과를 관심어린 눈으로 지켜본 이의 마음을 담아 전하는 칭찬 이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과대 포장된 칭찬도 고래를 춤추게 할까요? 진실한 칭찬만이 고래를 춤추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