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부자들 자신의 의무 기꺼이 감당해야"
 세금은 혜택에 상응한 대가… '노블리스 오블리제' 생각하자
 [2005-09-06]

▲ 전강수 교수
 "집부자들 자신의 의무 기꺼이 감당해야" 세금은 혜택에 상응한 대가… '노블리스 오블리제' 생각하자

     8.31 부동산 종합대책은 서민주거 안정 정책과 부동산 거래 투명화 정책, 주택 공급제도 개편(주택 공영개발 확대 및 분양가격 결정 방식 개선) 등을 포함하고 있지만, 핵심은 부동산 세제개혁과 택지 및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이다.

 

양자 가운데 어느 쪽이 투기 대책의 근간이 되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전자라고 대답하고 싶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인 방법으로 강화하여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지 않고서는 투기적 이익이 정상적 이익을 초과하는 것을 막을 수 없고 따라서 투기를 잡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5.4대책’에서 이미 보유세 강화 및 거래세 인하를 내용으로 하는 부동산 세제개혁의 장기목표와 일정을 제시한 바 있는데(2017년까지 보유세 실효세율 1% 달성), 이번에는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자에 한해 그 일정을 2017년에서 2009년으로 앞당기기로 했고, 또 1세대 3주택부터 적용하던 양도세 중과를 1세대 2주택에까지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측면에서 일정한 진전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개발부담금제를 재도입하여 기반시설부담금제와 병행 실시키로 한 것은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기에 적합한 조치다.

 

대책 발표 이전부터 ‘세금 폭탄’ 등의 자극적 표현과 세부담 관련 사실의 왜곡으로 불로소득 환수정책을 저지하고자 안간힘을 다했던 보수 언론들은 대책 발표와 함께 보유세 및 양도세의 중과 대상이 극소수에 그칠 것이라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나면서 ‘세금폭탄론’을 접고 예전의 ‘계층갈등론’ 내지 ‘강남때리기론’으로 선회하고 있다.

 

보수언론들, '세금폭탄론' 접고 '부자잡기론'으로 선회

 

 

며칠 전까지만 해도 중산층 이하 서민층의 세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열을 올리며 서민과 강북 주민의 편을 드는 듯했던 보수 언론들이 이번 대책을 ‘땅부자, 집부자 때려잡기’, ‘가진 자와 못가진 자, 강남 거주자와 비강남 거주자 편가르기’라고 비판하며 부동산 부자들을 적극 옹호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보수 언론들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남때리기’로 매도함으로써 명분상 우위를 차지해 왔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부동산 투기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지라도, 특정 지역을 겨냥해서 세금 중과와 규제를 퍼붓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할 때 선뜻 반박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터무니없는 ‘세금폭탄론’을 고안해서 열을 올리다가 대책 발표 후 ‘강남때리기론’으로 되돌아가는 바람에, 이들의 꼴이 우스꽝스럽게 되었다. 서민과 강북 주민을 걱정한 것은 실은 일부 부동산 부자들을 옹호하기 위한 것이었음이 드러났고, 서로 모순되는 두 주장을 아무렇지 않게 오락가락함으로써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저절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철지난 ‘세금폭탄론’을 수용했다는 것이 성과였다고나 할까.

 

이 세상에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금’이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죽음(소리니는 대로 읽을 때 '주금'이 되기 때문)이요, 다른 하나는 세금이다. 그런 세금을 자기들에게만 중과한다고 하니 강남 등지의 주민들과 부동산 부자들은 불만일 것이다.

 

세금은 국가나 사회가 주는 혜택에 대한 대가

 

 

 

그런데 세금은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는 혜택에 대한 대가라는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국가와 사회가 아무런 혜택도 주지 않고서 세금만 더 거둬 가려고 한다면 거기에 불만을 느끼고 거부하는 것은 정당하다. 하지만 국가와 사회로부터 큰 혜택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즉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한다면 그것은 부당한 일이다.

 

이 대가를 제대로 내지 않으면 부동산 불로소득이 발생하고 부동산 불로소득은 투기를 유발한다. 어느 지역의 부동산 값이 폭등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 지역의 부동산 보유자들이 마땅히 내야 할 대가를 제대로 내지 않는데 기인한다.

 

이처럼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는 혜택이나 부동산 값 상승 등을 생각할 때, 강남 등지의 부동산 보유자들에게 좀더 많은 부동산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결코 잘못이 아니다. 그것은 가진 자의 부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는 혜택에 상응하는 대가를 징수하는 것이자 부동산 보유자의 노력과는 아무런 관계없이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집값이 폭등한 강남과 분당권의 부동산 보유자들은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느낌일 것이다. 정부는 자기들을 범죄인 취급하는 것 같고, 일반 국민들은 자기들을 보고 배아파 못 견디는 것 같다. 불안감 또한 보통이 아닌 모양이다. 오죽하면 골목골목 CCTV를 설치하고, 택시기사에게 자기 아파트에 가자는 말을 못한다고 하겠는가?

 

"부자들이 의무 기꺼이 감당할 때 존경받을 것"

 

 

2004년 강남 등 부유한 자치구의 아파트 주민들은 보유세 인상에 반대하여 연대서명을 하고 구청장에게 압력을 가하는 등 강력한 조세저항 움직임을 보였다. 소위 ‘재산세 파동’이 일어났는데, 구청장들은 탄력세율 제도를 활용하여 보유세 세율을 낮추어 줌으로써 이들의 조세저항에 굴복하고 말았다. 이때 강남 등지의 부동산 보유자들은 부동산 세금 얼마 아끼고, 집값 하락을 막아내는 이익을 얻었다고 기뻐했을지 모르지만, 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국민들의 존경과 신뢰, 그리고 거기서 오는 평안을 잃어버리는 엄청난 손해를 보았다.

 

부자들도 얼마든지 국민들의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최선의 방법은 자신들의 의무를 기꺼이 감당하고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부동산 부자들이 국민들의 존경과 신뢰를 받으려면,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는 혜택에 상응하는 대가를 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종합부동산세를 중과해서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과 1세대 2주택에 대해 양도세를 중과하는 것은 이들에게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정책은 투기를 억제하여 서민들의 고통을 덜고 부동산 부자들에게는 국민들의 존경과 신뢰를 안겨주는 '윈-윈(win-win)정책'이다. 부동산 부자들은 국민들의 존경과 신뢰를 받지 못하고 불안한 가운데 살아가기보다는, 이런 초보적인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기꺼이 감당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글: 전강수(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