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는 지역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의 지위를 가진다. 지방의회가 이러한 지위를 가지는 것은 그 구성원인 지방의원이 지역주민들로부터 대의기관으로 직접 선출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방의회는 지역주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책무를 부여받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회는 이러한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지방민을 대신하여 지방정부의 살림살이에 대해 매우 중요한 권한을 가진다. 지방법인 조례를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등의 입법에 관한 권한뿐만 아니라, 지방예산을 심의하여 결정하고 회계검사와 결산에 대한 심사 등을 통한 지방재정에 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또한 평소 임시회와 정례회를 통해 집행기관의 정책집행사항에 대한 질문과 지방행정에 대한 행정사무 감사 및 조사 등을 통해 집행기관에 대한 감시 감독 적 기능도 수행한다. 이러한 권한행사를 통하여 지방의회는 지방정부의 정책결정자, 지방행정의 감시자, 지역주민의 고충처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지방의회가 이러한 역할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인 지방의원에게 다양한 능력이 요구된다. 전문화되고 복잡화된 행정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있어야 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처한 현황을 분석하고 필요한 정책을 입안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나라 지방자치 실정을 생각할 때 지방의원에게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집행기관에 대한 감시자, 견제자로서의 기능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방의회가 이러한 기능을 잘 수행하여 살기 좋은 지방자치단체를 만들기 위해서 지방의원에게 필요한 능력은 섬세함과 치밀함, 그리고 주민과 격의 없이 친근하게 대화하고 접촉할 수 있는 부드러움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능력은 일반적으로 여성에게 많다고 할 수 있으며, 그런 점에서 여성의원들의 역할이 크게 기대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 지방의원 중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은 상태에 있다.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2002. 6. 13)에서 지역구 광역의원 당선자 609명중에서 여성의원은 14명에 불과하여 전체의 2.3%에 지나지 않는다.

  경상남도의회의 경우 지역구 여성의원은 전무하다. 기초의회의 경우도 전체 당선자 3408명중에서 여성의원은 77명으로 전체의 2.25%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미국, 독일, 스웨덴의 지방의회 여성의원 평균비율이 각각 21.9%, 30.2%, 41.3%인 점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상태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유엔개발계획(UNDP)이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여성의 정책결정참여 척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조사에 응한 102개국 중에서 83위로 후진국에 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낮은 여성정치지도자의 비율은 여성의 능력을 사장시키고, 특히 섬세함이 요구되는 지방정치의 다양한 분야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방정치에 대한 여성의 참여가 이처럼 저조한 데 대해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여성계 스스로의 반성과 각오가 새롭게 정립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 대해서는 여성정치발전기금의 설치 등 각종 제도적 장치의 마련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한편, 정당에 대해서는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방안 마련 및 여성단체 등 지원책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작년에 여성부의 지원으로 소규모로 시작한 여대생지방의회 인턴사업을 크게 확대할 것이 요청되고, 그 대상을 일반 여성으로 넓힐 필요가 있다.

  아울러 여성단체는 여성후보의 발굴 육성 및 선거지원 활동과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여성유권자 의식교육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일본의 생활자네트워크처럼 여성정치인을 위한 후원회 결성 등의 방법을 통하여 여성정치인을 육성해 나가는 것도 적극 도입해 볼 필요가 있다.

                                          송 광 태(창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