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성과 용기를 갖춘 참언론인, 신경민 앵커
 
 [2010-10-05 오후 12:32:00]

그의 마지막 클로징 인사를 보고

정직성과 용기를 갖춘 참언론인, 신경민 앵커

 

신경민의 MBC 뉴스데스크 앵커 기간은 너무 짧았지만 누구에 비해 뒤지지 않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클로징 멘트를 예술의 경지에까지 끌어올리며 그는 장안의 화제가 될 정도였다. 보다 선진화된 사회, 관용과 다양함을 인정하는 사회였다면 그의 앵커 기간은 환호속에 더 길었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나 그의 단명 앵커는 이명박 정부 시절, 그것을 거스르는 용기있는 멘트가 세간의 화제가 되면서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시절을 잘못 만 탓이라고나 해야 할까. 뚜렷한 이유없이 그는 어느날 갑자기 마이크를 뺏겼고 결국 화면에서 사라지는 서글픈 현실을 맞았던 것이다. 그는 마지막 작별인사에서도 이런 아쉬움을 간접적으로 토로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메인 앵커 발령과 387일 만의 교체로 명예와 명성을 얻었지만 제 활동과 관심은 취재와 편집, 방송 체제와 한국 사회의 자유와 민주에 집중했습니다. 원칙을 지녀가기 험난한 시대에 공적, 사적 고초를 겪으면서 인간과 방송 기자로서의 자존심과 작은 원칙 몇 가지에 지탱했습니다.”

‘험난한 시대에 공적, 사적 고초’라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그런 민감한 클로징 멘트를 한다는 것은 그의 용기와 정직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권력자와 그 참모진들은 그런 멘트가 불편했고 불손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의 마지막 고별사에는 이런 표현도 나온다.

“올바름이 항상 세속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현실적 진실'은 분명합니다. 70, 80년대를 몸으로 겪어온 세대로서 말하자면, 숨 쉬는 현실이 매우 불확실할 때에는 원칙을 지키면서 언론인의 기본 자질을 키워나가는 방법 이외에 뾰쪽한 묘수가 없지요.”

   
  ▲ 신경민 앵커

국민을 위한 용기와 정직성을 지키려는 이상이 혹독한 현실속에서 세속적 성공을 거두기가 쉽지 않았다는 자기고백에 가깝다. 방송저널리즘의 척박한 토양이 별로 개선되지 못한 현실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2009년 1월 3일 ‘미디어 창’ 코너를 통해 “방송 테크닉이냐, 방송왜곡이냐”라는 제목으로 KBS와 MBC의 방송 논란에 대해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당시 논란의 핵심이 된 것은 2009년 새해를 맞아 보신각 타종행사를 하는 현장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등장하자 일부 야유가 있었것을 방송이 편집해버린 일이다. KBS는 야유를 박수소리로 바꾸면서 ‘방송테크닉’구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시 신 앵커는 KBS의 '보신각 타종 생중계'에 대해 "소란과 소음을 지워버린 중계방송이 있었다"며 "화면의 사실이 현장의 진실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시청자들이 새해 첫날 새벽부터 현장실습 교재로 열공했다"고 뉴스 시간에 말한 것이다. 타방송사의 정직하지 못한 방송제작 및 전달방식에 대해 일침을 놓았던 클로징은 언론계 새로운 논란거리가 됐을 정도였다.

한국방송사에서 제법 많은 앵커들이 배출됐지만 용기와 정직성, 정치적 중립성을 끝까지 유지한 드문 앵커중의 한사람으로 신경민을 꼽는데 나는 주저하지 않는다. 방송저널리즘 차원에서 그의 퇴장은 큰 손실이자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상당수 KBS 앵커출신들은 하나같이 권언유착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정치권으로 진출하는 것으로 의혹을 현실로 입증시켰다. MBC도 큰 범주에서 크게 다를 바 없다. MBC 간판 여성앵커 출신은 이명박 정부에 들어가 부대변인 노릇을 하고 있으며 또 다른 앵커출신은 정계진출 논란에 휩싸여있다.

신경민 앵커에게도 정치권 제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나름 끝까지 자신의 본분을 잊지않았다. 정년퇴임하는 앵커출신 방송인을 가진다는 것은 방송사에서 한 획을 긋는 일이다. 그 이후 그의 행보가 어떻게 되든 그것까지 따지고 문제삼을 수는 없는 일이다.

존경받는 방송 앵커가 드문 현실에서 그의 고독한 용기와 정직성은 높이 평가돼야 한다. 정치권의 손짓에 본분을 망각하고 부나비처럼 뛰어들어 조직에 누가 되고 스스로 불명예를 뒤집어 쓴 앵커 출신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잠시 화려하고 멋져보일 수도 있지만 시청자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점, 방송의 공적 책임과 윤리를 휴지조각으로 만들며 신권언유착의 시대를 만드는 잘못된 관행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역사의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귀한 앵커를 잃었다는 상실감도 있지만 그가 또 다른 무대에서 지금의 정신과 철학을 유지하면서 아름다운 향기를 이웃에 더 나눠주기를 기대한다.

/인재대학교 정치언론학부  김창룡교수
김창룡 (cykim2002@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