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책쟁이들은 어떤 모습일까?
 
 [2013-12-23 오전 10:42:00]

한국의 책쟁이들은 어떤 모습일까?

  <한국의 책쟁이들>( 임 종업/청림출판)을 보면 책쟁이들의 특징으로 서재 공개를 꺼리는 것을 꼽고 있다. 이들은 ‘사람보다는 책과의 인연을 더 치니 폐쇄적이어서 그럴 법하지만 이들이 꺼리는 것은 서재가 곧 자신’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내면의 대화를 거친 책들은 일종의 속살. 책을 꽂아둔 서가는 자신의 지적 편력, 곧 분신일 터이니 어찌 쉽게 내보일 수 있겠는가’ 라는 말에 공감한다. 

또 책이 놓인 모양은 내면 풍경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 ‘모두어 분류한 방식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보이고 펼쳐놓은 방식에서 관심사가 드러난다.’는 점이다. 하지만 대부분 책쟁이들은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비좁은 공간에 패총처럼 책을 쌓아놓아 소재를 알 길이 없고 보고 싶어도 꺼내지 못한다.’는 점일 것이다. 

책쟁이들의 또 다른 특징으로 책 외에 별다른 취미가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수입의 상당부분을 책 사는 데 쓸어 넣고 여가의 대부분을 책 읽는 데 할애하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제 3자한테 재미없어 보이는 주제가 이들한테는 연애담처럼 저릿하고 초콜릿처럼 달콤하다. 책이 매개라면 자연스럽게 낄 수 있어 대화는 토론으로 발전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그 중 아쉬운 점으로 그들 대부분이 남성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아직은 책을 사는데 있어 주저하지 않는 경우는 별로 보지 못한 듯하다. 특히 여성이라면 자신의 책을 사기 위해 무언가를 희생하는 일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 책 에서도 두 명이 포함됐지만 여성은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을 저자는 ‘가정과 사회의 주도권은 아직 남성한테 있다는 징표’이지 싶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 덕무(1741~ 1793)는 어릴 적부터 하루도 책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다고 한다. 그의 방은 동 서 남쪽 삼면에 창이 있어 동에서 서쪽으로 해 가는 방향을 따라 빛을 받아가며 책을 읽었다. 행여 지금까지 보지 못한 책을 대하면 번번이 기뻐서 웃고는 했기에 집안사람들 누구나 그가 웃는 모습을 보면 기이한 책을 얻은 줄 알았다고 하니 좋은 책을 읽을 때의 마음이 어떠한지 상상할 수 있으리라. 혜강 최한기(1803~1877)는 서울서 책만 사다 집안 재산을 탕진했다. 그래서 도성 밖으로 이사를 가야 했다. 한 친구가 “아예 시골로 내려가 농사를 짓는 것이 어떻겠느냐.”라고 하니 “책을 사는데 서울보다 편한 곳이 있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좋은 책이 있으면 값을 가리지 않고 사들였다. 그리고 읽은 지 오래된 책은 헐값에 내다 팔아버렸다고 한다.

책을 사느라 버린 돈이 빌딩 여러 채 값이라는 말은 그래서 유효한지도 모른다. ‘책 무게 못 이겨 방고래 꺼진다.’ ‘책 때문에 아파트 무너질까 고민.’ ‘버리고 또 산다.’ 는 책쟁이들의 공통적인 고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나의 서재는 아직 미궁이다. 전작주의자들처럼 한 작가의 책을 사 모은 것도 아니고 어떤 분류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며 아직은 잡다한 책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갈수록 주제가 좀 더 선명해지고 비슷한 주제의 책들이 서로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한다. 그것은 만 권을 넘어설 때 더욱 뚜렷해지리라. 2천권을 고작 넘은 책을 가지고 그것을 논하기는 아직 이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