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갈증은 인간의 본능
 어른들은 왜 등산을 좋아할까
 [2015-08-17 오전 11:24:00]

등산을 좋아하는 김과장은 주말만 되면 산에 가자고 일찌감치 자녀들을 깨운다. 자녀들은 그런 아빠가 영 마땅치 않다. 일찍 일어나는 것도 힘들고, 산에 오르는 것은 더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과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푸른 자연과 함께 할 생각에 연신 룰루랄라다.

우리 몸속에는 녹색갈증이 있다

미국 하버드대 생물학과 교수 에드워드 윌슨은 모든 인류에게 바이오필리아, 다시 말해 녹색갈증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인간은 오랜 세월 동안 진화를 거치면서 최적의 생태적 공간을 좋아하는 유전자를 갖게 됐다. 넓고 메마르지 않아 식물이 많고 어느 정도 질서가 잡혀 있으면서도, 완벽하게 기하학적 대칭을 이루지 않는 아프리카의 사바나 같은 환경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진화심리학자 고든 오리언스도 인간이 좋아하는 환경 조건 세 가지를 제시했는데, 이 역시 녹색갈증과 관련이 있다. 첫째, 먹을 것과 경쟁자를 먼 거리에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트인 장소일 것. 둘째, 절벽 끝이나 작은 언덕, 산꼭대기 등 지형적으로 두드러져 정찰이 편리할 것. 셋째, 물과 음식을 얻을 수 있는 호수와 강이 있을 것 등이다. 김과장이 산행을 좋아하는 건 몸속에 있는 녹색갈증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닌 게 아니라 산행 뒤 김과장의 컨디션은 최고가 된다. 마치 타는 듯한 목마름을 일거에 해소한 사람처럼 말이다.

나이가 들면서 바이오필리아 경향이 강화된다?

어린 사람은 자연을 좋아하기는커녕 두려워하기가 쉽다. 환경교육학자 데이비드 오어는 인공적인 환경이나 기술문명에 둘러 싸여 지내는 어린이에서 바이오포비아’, 즉 자연공포증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자연은 춥고 컴컴하며 포식 동물과 독초가 가득하다. 건조한 사막과 얼어붙은 대지, 무더운 밀림이 자연의 본 모습이다.

인류가 좋아하는 자연환경, 즉 온화한 기후와 폭신한 땅, 충분한 물과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과일 같은 환경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다. 따라서 진화 관점으로 볼 때, 어린 나이에 성급하게 위험한 자연으로 뛰어드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다. 오히려 자연을 두려워하는 게 생존에 더 유리하다. 수만 년을 그렇게 살아왔으니, 주말 산행에 대해 나이 많은 아빠와 어린 자녀의 생각이 다른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