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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은 왜 있나?

[2016-03-28 오전 11:52:00]
 
 
 

신호등은 왜 있나?

자유의 파수꾼 김동길선생님의 글 입니다.

1955년 겨울, 감리교의 Raines 감독이 당시의 연희대학에 맡긴 ‘full scholarship’ 하나를 총장이시던 백낙준 박사께서 전임강사이던 저에게 주시면서 가라고 하셔서 미국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그 당시 서울에 다녀가는 비행기는 서북항공의 프로펠러 달린 비행기 밖에 없었습니다. 감리교본부가 마련해준 비행기 표를 들고 지금의 Lotte Hotel 이전에 그 자리에 있던 Bando Hotel 앞에서 가족이나 친지들과 작별하고 버스를 타면 여의도에 마련된 군용비행장에서 비행기를 타고 일단 일본의 하네다 공항에 내려 하루를 묵고 다음날 미국 본토를 향해 떠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일본의 궁성 가까이 있는 Marunouchi Hotel에 짐을 풀고 동경시내를 혼자서 두루 다녀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동경시내를 걷다가 한 가지 이상한 현상을 목격하였습니다. 건널목에서 행인들이 가다 말고 서 있는 겁니다. 서울에는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서울서 신호등이 뭔지도 모르고 살다가 처음 당한 일이라 놀라웠습니다. 신호등에 켜진 빨간 불이 그들의 발걸음을 일제히 멈추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문명한 나라에는 어디나 신호등이 있습니다. 빨간 불이 켜지면 남녀노소,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파란 불이 켜질 때까지 서서 기다려야 합니다. 신호등의 명령을 잘 지키는 나라가 문명국이고 그런 국민이 문화인입니다. 차가 많으면 차사고도 많아질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문화인들이 모여서 사는 나라에서는 교통사고가 적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차선을 지키고 과속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교통도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세상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정상화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판국에 인륜‧도덕이 지켜질 수 있겠습니까?

인간사회의 궁극적 문제는 도덕에 있습니다. 도덕이 사회의 기반인데 그 기반을 무시하거나 훼손하는 자는 인간의 자격을 박탈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동물의 사회에도 나름대로의 본능을 바탕으로 하는 위계가 있고 질서가 있어서 동물의 세계가 건전하거늘 하물며 인간의 세계에 있어서야! 도덕이 땅에 떨어진 사회에서는 ‘혁명’도 의미가 없습니다. 혼란을 조장할 뿐이기 때문에!

거리에 나가면 신호등부터 지켜야 할 것입니다.
김동길/www.kimdonggill.com

여성신문(womenis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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