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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관계

[2012-02-27 오후 6:14:00]
 
 

▲ 마산합포구청장 조광일
모 방송사에서 애청자들에게 ‘부부관계’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유머러스한 대답이 쏟아졌다. 어느 분이 답하기를 “부부는 ‘바람’이다. 세기에 따라 따뜻하기도, 춥기도 하니까.”라고 하였다. 또 다른 이는 “부부란 ‘혼자’다. 흐를 땐 유유히 혼자 흐르니까.”라고 의미가 심장한 대답을 해 실소를 자아냈다.

<대한민국 유부남 헌장>, <남편생태보고서>에서 부부 관계에 대해 유쾌한 입담을 보여준 작가 김상득은 어느 날 문득,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사랑을 나누고 아이들을 낳아 기르며 같이 살지만 도대체 아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몰랐다는 것을 깨닫고, <아내를 탐하다>라는 책을 집필하면서 아내라는 인격적 공간을 탐사해나가는 과정을 솔직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다.

“밤이 깊어 부부는 잠자리에 든다. 방의 벽지며 살림살이가 모두 낯설다. 이국땅에서 남편과 1년여 만에 갖는 잠자리. 아내는 새색시처럼 부끄럽다. 남편의 몸을 받아들이며 아내는 처녀처럼 몸을 떤다. 자기도 모르게 그만 눈물을 흘린다. 서러운 것은 아닌데, 슬픈 것은 더욱 아닌데 눈물이 자꾸만 흐른다. 우는 아내를 보며 입 무거운 남편도 마음이 짠했던지 입을 연다. ‘와 우노? 내가 그래 좋나?’ 아내가 왜 우는지 남편은 모른다. 그 무심한 남편 옆에서 아내는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모처럼 달고 깊은 잠에 빠져든다.”는 이 대목에 이르면 가슴한편이 시리고 아려온다.

참, 오죽하면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궈 가자는 취지로 ‘부부의 날’까지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을까 싶다.

박수근 화백이나 서정주 시인 같은 위인들의 소박하면서도 훈훈한 ‘부부관계’에 관한 얘기를 들어보면, 남편과 아내라는 한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사랑하게 된다.

박 화백은 평생 동안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한 무뚝뚝한 남편이었다고 한다. 수없이 그림을 그려 팔아도 늘 살림은 쪼들렸다. 그래서 아내는 행상하랴 빨래하랴 아이업고 달래랴 항상 바쁘게 살아야만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코 가난이나 불평불만에 찌들지는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엄마고생 시킨다고 아버지를 원망하는 아들에게 “엄마는 부자가 되려고 결혼한 게 아니야. 행복하게 살려고 결혼했지.”라고 나무랐다는 것이다. 부부가 무엇으로 살아야하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다. 미당 선생의 생애와 그의 ‘내 늙은 아내’라는 시에서도 부부관계의 진한 감동을 잘 읽을 수 있다.

“내 늙은 아내는 아침 저녁으로/ 내 담배 재떨이를 부시어다 주는데/ 내가/ "야 이건 양귀비 얼굴보다 곱네, 양귀비 얼굴엔 분때라도 묻었을 텐데?"/ 하면,/ 꼭 대 여섯 살 먹은 계집아이처럼/ 좋아라고 소리쳐 웃는다./ 그래 나는 천국이나 극락에 가더라도/ 그녀와 함께 가 볼 생각이다.”

조금은 익살스러운 느낌이 들긴 하지만, 웃음소리가 넘쳐나는 시인의 안방이 따스하게 그려져 있다.

그리고 미당 선생은 마치 약속 같고 다짐 같았던 이 시처럼 부인이 세상을 떠나자 곡기를 끊고 맥주로 연명하다가 꼭 두 달 후 부인이 있는 곳으로 따라 떠났다고 한다.

‘부부는 서로에게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돌아선 아내의 뒷모습이 비춰주는 남편이라는 사람의 모습이 혹 이기적이고 만사 귀찮은 게으른 존재로 비춰지지는 않는지, 그리고 육아와 가사에 얽매이고, 워킹맘으로 집안 경제까지 서슴없이 떠맡는 아내들은 남편에게 과연 어떤 존재인지, 또 서로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알고 있는지…. 애틋하고 애절한 사랑으로 상대를 잘 탐색해 보자. 모든 생명체는 사랑을 받으면 강력한 파동에 의해 생체의 변화가 일어나 건강하게 오래 살게 된다고 하니, 장수를 바란다면 꼭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여성신문(womenis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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