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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 우리는 화려한 인생의 시즌2를 준비한다
경성대학교 법학과 박은경 교수
[2009-10-02 오후 2:51:00]
 
 

에피소드1
박은경 교수
추분이 지났다더니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제법 가을 내음이 느껴진다. 가을타는 여자라도 되어보고 싶은 마음에 커피 한잔 타서 폼나게 마시려다 피식~ 웃음이 터진다. 유난히 습하고 무더웠던 여름날씨 탓에 “올 겨울에 춥다고 하면 내가 사람이 아이다”라는 막말까지 해가면서 유별나게 견딘 내가 아무런 반성이나 저항없이 가을의 정서에 빠져들고 있음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살 뭉그러지도록 더운 여름이 있어야만 살 떨리게 추운 겨울도 있을 수 있다는 세상살이의 이치를 4학년 3반이 된 지금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 철들려면 아직 남은 세월이 한참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 “오늘은 많은 비가 오겠습니다”라는 그릇된 정보를 믿고, 그 더운 여름날 우산까지 챙겨 나온 우리를 더욱 열 받게 했던 기상청의 빗나간 일기예보마저도 용서가 되었다. 그들은 100% 정확한 일기예보라는 화려한 기상청의 시즌2를 준비하기 위해 나보다 더 더운 여름을 보내지 않았을까?

에피소드2
똑똑똑! 연구실 문이 열리면서 깔끔한(사실은 손질이 무지 편한) 커트머리에, 발랄해 보이는(이마저도 사실은 되는 데로 편하게 입은) 청바지에 T셔츠 차림의 손님이 찾아왔다. 법학과 졸업생이다. 몇 년만의 반가운 악수를 하자마자 그녀의 입에서 터져 나온 한마디. “교수님 저 매일 14시간씩 그냥 막 달렸어요. 그래도 시간이 모자라더라구요.” ‘달린다? 달린다! 흠, 이 용어는 어제 새벽 2시까지 달렸다. 뭐 이런 대목에 사용하는 거 아닌가?’라고 짐작하는 선수들이 있다면 그것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판사가 되겠다는 꿈을 말하던 그녀의 당찬 입술을 보면서, ‘제발 공부도 제대로 안 해보고 나가떨어지는 놈’이 아니기를 빌었다. 그리고 1년, 2년, 혼자 앉아 허공을 응시하던 무심한 눈동자의 그녀가 자주 목격되었고, 꿈을 이루기 위한 힘든 시간을 넘어서야만 우리는 인생의 시즌2를 화려하게 준비할 수 있다는 말들을 나누었었다. 자신의 꿈을 당당하게 말하던 그녀의 모습과 현실이 버거워 말없이 허공을 응시하던 모습들이 겹쳐지면서 드디어 날아 든 낭보! 2007년 사법시험 1차 시험 합격! 기쁨을 나눌 새도 없이 그녀는 2차 준비에 돌입했고, 짧은 준비기간을 아쉬워하며 2차 시험장을 나왔단다. 그리고 바로 그날부터 그녀의 달리기는 시작되었다. 매일 매일 14시간을 눈이 팅팅 붓도록 책을 읽으며, 오늘까지 달려왔다는 것이다. 그 시간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지...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뼈만 앙상한 그녀의 손가락 끝 굳은살이 내 마음에 먼저 와 닿는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 시즌2를 이미 화려하게 펼쳐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에필로그
무엇이 되고 싶다거나 무엇을 하고 싶다거나, 우리는 누구나 꿈을 가지고 산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였지만, 사실 꿈은 이루어내는 것이다.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전략적으로 다가갈 때 그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 학생들을 만나 방학 때 뭐할거냐 물어보면 “그냥”이란다. ‘그냥 영어공부 좀 하구요’ ‘그냥 아르바이트하려구요’ ‘그냥 공무원시험 준비하려구요’...모두 그냥이다.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에 한 가지 당부를 한다. 올 가을엔 목표를 정확히 세우도록 하자. 목표는 지도와도 같다. 자신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으며, 어떤 길을 거쳐 그 곳에 도달할 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서늘한 바람에 나날이 높아만 가는 파란하늘 아래에서 그냥 우왕좌왕 열심히 뛰지 말고, 하루, 한달, 일년, 십년에 걸친 분명한 목표를 먼저 정하자.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 오늘은 무엇을 하였고, 내일은 무엇을 할 것인지를 체크해보자. 그냥 열심히 사는 것과 도달점을 분명히 정하고 사는 것은 그 결과가 같을 수가 없다.

지금이라도 우리 인생의 시즌2에 무엇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분명히 설정하고,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로 공부해보자. 시간이 흐르면서 내공이 급격히 증가함을 느낄 것이다.
그럼 이 가을이 지나고 다시 만난 우리들은 서로에게 내공을 나누어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러 있을 것이라 믿으며,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그저 세상이 즐겁고 행복한 이 명랑소녀의 내공을 나누어드린다. 팍팍!

※ 본 칼럼은 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은경교수(womenis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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