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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개혁파는 영원한 개혁파인가
조기숙 교수의 칼럼
[2009-09-15 오후 3:30:00]
 
 

지난 1월 29일 민주-한나라 양당 개혁파의원들과 시민단체 대표들이 ‘정치개혁 추진 범국민 협의회’를 구성했다. 한나라당의 이부영, 김문수, 원희룡 의원과 민주당의 이해찬, 천정배, 이호웅 의원이 정치개혁토론회도 열었다.


조기숙 교수
개혁은 재야세력의 전유물 아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개혁파 의원’의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한 의원이 개혁파인지 아닌지는 그 의원의 의정활동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의원이 되기 전에 재야운동권이었는지 그렇지 않는지가 평가기준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소위 개혁파라고 언급된 의원들의 면면을 보니 의원이 되기 전의 경력을 빙자해서 개혁파를 자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야활동 경력은 의원으로 당선되는데 이미 써먹었으므로 시효가 끝났다. 의정활동을 수년 이상 한 사람이 아직도 의원 이전의 경력을 우려먹는 것은 떳떳한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신분제 사회도 아닌데 한 번 운동권이면 평생 개혁세력이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한나라당의 개혁파의원들을 과연 개혁파라고 할 수 있는가. 그들이 개혁을 위해서 무슨 일을 했는가. 김문수, 이재오는 정형근과 짝을 맞춰 폭로정국에 앞장섰다. 그들은 독립적인 의원이 아니라 주군을 위해 충성하는 졸(卒)의 모습을 연출했다. 이부영 또한 선거초기 도청의혹을 폭로하며 낡은 정치의 전형에 앞장섰다.


지난 해 8월 고려대 정부학연구소 주최 세미나에서 ‘선거와 언론’에 대한 논문을 발표할 때였다. 나는 언론이 선거에 대한 사실을 왜곡하는 실례로 16대 총선에서 낙천쪾낙선운동이 민주당에 유리했다는 주장이 전혀 터무니없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한나라당은 총 낙선대상의원 28명 중 10명만 낙선돼 36%의 낙선률을 기록하였고 민주당은 16명 중 12명이 낙선돼 75%의 낙선률을 기록하였다. 액면만 보아도 민주당이 한나라당보다 2명 더 낙선된 것이다. 득표율에 있어서도 민주당이 더 피해를 보았음을 외국교수의 통계연구자료를 보여주었다.


낙선대상의원을 공천에서 대부분 배제한 한나라당에 비해 민주당은 김상현씨만 제외하고 모두 공천을 했다. 한나라당의 낙선대상후보가 경상도에서 전원 당선된 데 비해 민주당의 낙선대상후보는 호남의 무소속 후보에게 패배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것이 엄연한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학자나 논평가가 민주당이 낙선운동으로 덕을 보았다고 잘못 주장하게 된 데는 낙선운동을 했던 시민단체가 민주당의 사주를 받은 홍위병이라는 언론의 왜곡보도 때문이다.

 

개혁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토론자로 나선 김문수의원은 임의적인 숫자에 기초한 조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어린 아이가 보아도 명확한 숫자를, 그것도 선관위의 자료에 기초한 후보의 당락을 임의적인 숫자라고 주장하는 그 억지스러움과 뻔뻔함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나는 다시 주어진 응답시간에 김문수의원이 상당히 개혁적인줄 알았는데 오로지 당파적인 억지만 부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회의가 끝나자 김문수의원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내게 악수를 청했다. “젊은 사람이 왜 그렇게 당파적이예요?”라고 핀잔을 주었지만 멋쩍게 웃기만 할 뿐이었다.


결국 김의원은 진지하게 토론에 임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정말로 자신의 주장을 진지하게 믿었다면 내게 끝까지 항의를 하든지, 증거를 보자며 우겼어야 한다. 김의원은 K-TV로 세미나가 중계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지지자들을 염두에 두고 당파적인 쇼를 한 것이다. 그 웃음은 “쇼 좀 했으니 그냥 봐주라”라는 의미였다.


이런 의원들 때문에 의회가 죽기살기 식의 당파싸움으로 얼룩지는 것이다. 그런 김문수의원이 과거에 재야세력이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야개혁모임에 가담한다는 것은 이 모임이 미래지향적인 개혁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과거회귀적인 친목 모임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과거에 한솥밥을 먹었다고 영원히 한솥밥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하면 자신의 편의에 따라 반개혁의 편에 섰다 개혁의 편에 섰다는 하는 의원을 모두 용납하는 문화에서는 미래지향적인 개혁이 이루어질 수 없다.

 

인간평가총량제를 도입하자
민주당이 소수당인 상황에서 여야 회동에 대해 미리부터 반대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들이 ‘정치개혁 범국민 협의회’에 가담했다는 이유만으로 반개혁적인 과거 행동에 대해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17대 총선에서는 ‘인간평가총량제’를 사용하자. 한화갑의원이 노후보를 지키는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가 이제껏 한국의 정치발전에 기여한 바가 더 크다면 한 번의 실수나 잘못은 용서받을 수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의원들이 노후보의 개혁에 기여하는 바도 과거에 범한 반개혁적 실수의 무게와 정확히 비교해서 심판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조중환의 품질마당
사이트(www.newqm.org)에서 받아 싣습니다.

조기숙교수(womenis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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