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산업의 급속한 발달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그 변화의 물결에 편승하여 산업의 구조 또한 남성 위주의 직장 중심에서 개개인의 개성과 욕구를 충족시키는 직업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여성들의 사회 참여폭을 넓혀 주는 계기가 되었으며 여성들의 활동이 단순 사무직 또는 노무직 등에서 전문성을 띈 분야로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여성 인력들이 남성이 할 수 없는 세심한 분야에서 또는 남성과 동등한 역할을 함으로써 남성과 동등한 지위를 획득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데 그 의의가 크다. 이러한 저변에는 이 사회를 이끌어 나갈 젊은층 중심에서 서로간을 개체로 인정하고 가사의 분담 또는 경제적 책임 분담 등 가정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부분까지 남녀가 서로 공유하는 형태로 재편되고 있는 가정이 늘고 있음에서 알 수 있다. 개인적인 입장에서 볼 때 권장하고 싶은 현상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들여다보면 이러한 현상은 우리라는 공동체의식과 나라는 개인중심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대가족 제도에서 보완할 수 있던 부분들이 핵가족 중심으로 이동함으로써 단절을 가져오고 그러한 단절은 고유의 전통문화의 빛을 잃게 하여 급기야는 사회 전반에 반사회적인 문제를 야기 시키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음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언젠가 지하철을 탔을 때 일이다. 앞에 선 두 젊은 여성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결혼할 상대는 절대로 장남이어서는 안 된다는 대화였다. 그 이유는, 첫째, 장남에게 시집가면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는 것이었고, 둘째, 설혹 부모님을 모시지 않는다고 해도 장남에게 시집가는 것은 고달프기는 마찬가지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것이었다. 시집을 가면 첫아들을 낳기 위해 양수검사니 뭐니 해가면서 아들 낳기를 원하면서 부모는 모시지 않겠다는 철부지들의 이야기쯤으로 치부하고 싶었지만 좀체 귓전을 떠나지 않았다. 물론 이러한 부분들이 전체여성들에게 해당되는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여성 스스로도 한번쯤 새겨 보아야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여성의 사회참여, 여성의 지위향상, 양성평등은 반드시 이루어져야하고 또 그것은 우리 사회를 윤택하게 하는 윤활제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남성은 남성다워야 하고 여성은 여성다워야 함도 우리는 알고 있다. 경제적인 부와 평등만으로 인간이 누리고자하는 행복을 쟁취하기는 턱없이 모자라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사회가 세분화되고 전문화 되어갈수록 메마르고 각박해지는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조화로움 역시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변화가 우리 문화의 정체성 위에서 새로운 밑그림을 그려나갈 때만이 무너지기 위해 쌓아 올리던 바벨탑이 아닌 진정한 가정과 사회의 민주와 평화, 그리고 행복이 쌓여날 것이며 여성의 사회적 활동은 더욱 조화롭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