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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인기관리
조기숙의 재미있는 정치이야기
[2009-09-15 오전 10:08:00]
 
 

조기숙 교수
요즘 정몽준 의원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월드컵 특수에 따른 거품일 뿐이라며 폄훼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지만 어떤 사람이 주목을 받게 되는 데에는 반드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소위 말해서 최근에 뜨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일관된 공통점이 눈에 띤다.


노무현, 정몽준, 박근혜, 구성애, 서태지, 딴지일보, 붉은악마 등등.... 내가 뽑아낼 수 있는 키워드는 한 마디로 ‘기존 권위에 대한 도전’이다.
아무리 히딩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고 해도 그를 선뜻 대통령으로 뽑을 사람은 많지 않다. 따라서 정몽준 의원이 단지 축구 4강 신화의 주역이라고 해서 각광을 받는 것은 아니다. 정 의원은 무소속으로 기존 정치에 때묻지 않은 참신한 이미지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노무현 후보가 노풍의 주인공이 된 것도 3당 합당을 따라가지 않고 지역주의에 맞서 싸웠다는 사실이 유권자에게 신선한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성정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김영삼 전대통령을 찾아가면서 노풍이 꺼지고 노풍의 핵심 지지층이 요즘 정풍으로 옮겨 붙었다.


지난 두 주에 걸쳐 정치는 ‘희소재화의 권위적 배분’이므로 ‘권위적’이라는 것은 좋은 말이라고 해놓고 이제 와서 요즘 뜨는 사람은 권위에 도전을 했기 때문이라고 하니 독자는 권위가 도대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헛갈릴 만도 하다. 한마디로 ‘권위’란 자발적인 존중을 의미한다.


몇해 전 남편이 안식년을 맞아 큰애와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공항에서 돌아오는 순간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작은애는 학교에 가지 않고 하루 종일 집에서 오락을 하겠다며 내게 맞섰다. 그 동안 승재가 내 말을 고분고분 들은 이유는 남편의 존재가 두려웠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승재가 엄마로서의 권위를 조금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한 나는 앞으로 1년 동안 혼자서 애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앞이 캄캄했다. 결국 아이가 항복하고 학교에 갈 때까지 나는 처음으로 아이에게 매를 들었고 걸핏하면 매를 들겠다고 협박하는 권위적인 엄마로 변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의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아이가 문득 이런 말을 했다. “나 지난번에 여기서 혼자 건너다 차가 튀어 나와서 칠 뻔했다.” 횡단보도 너머에 사는 친구 집에도 못 가게 할만큼 나는 교통사고를 극도로 조심하는 편이라 아이의 말에 기절초풍할 지경이었다. “너 엄마 어떻게 되는 것보고 싶어서 그러니?” 나는 아이를 야단치는 대신 나도 모르게 길거리에서 주루룩 눈물을 쏟고 말았다. 아무리 맞아도 잘못했다는 말을 절대로 하지 않는 승재의 눈에도 방울방울 물이 맺혔다.


그 날 이후 아이는 천사가 되었다. 엄마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깨달은 아이는 엄마의 권위를 인정하기로 한 것 같다. 가만히 반성해보니 남편이 있는 동안에는 아이 숙제며 준비물 챙기는 것조차 남편에게 맡기고 나는 허구한날 밤늦게 들어와 아이와 대화를 나눌 틈조차 없었다. 아이가 이런 엄마에게 뭘 믿고 권위를 부여했겠는가. 그 후부터 나는 구태여 매를 들 필요가 없게 되었다. 아이와 대화를 자주 나누면서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으려는 이유는 학습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니 재미도 없고 자존심이 상해서라는 것을 알아냈다. 나는 아이가 학교를 가고 싶도록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아이와 대화가 많아지면서 나는 권위적인(authoritarian) 엄마에서 권위 있는(authoritative) 엄마로 탈바꿈해 갔다.


권위적 혹은 ‘권위주의적’이라는 말은 권위 없는 사람이 강제력에 의지해서 추종자를 억지로 복종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경찰과 검찰력에 의지했던 전두환 정권을 권위주의 정권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정권에서는 국민 모두가 의사결정에 자유롭게 참여하기 때문에 국민은 최종 결정을 존중하게 된다. 결정이 권위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앞에서의 ‘권위적 배분’은 엄밀히 말해서 ‘권위 있는 배분’을 우리말로 해석할 때 잘못한 것이다. 그래서 정치에 대한 정의가 많은 사람을 혼동시켰다. 따라서 권위가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권위적인 질서에 도전했던 사람도 자신의 인기가 올라가면 자신이 기득권에 편입된 줄로 착각하고 권위적으로 변해 가는 것이 보통이다. 남의 말을 듣지 않고 독선적인 결정을 내림으로써 그 결정이 권위를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권력은 강제력과 권위로 이루어져 있고, 강제력과 권위는 서로의 크기에 반비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남에게 결정할 수 있는 권력을 나눠주는 사람은 그 반대급부로 권위를 얻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권력을 독점하려고 하면 권위를 잃고 결국에는 권위적으로 변해 강제력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정치인의 인기가 거품이 되느냐 마느냐는 인기의 원인이 아니라 인기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자신의 인기에 안주해서 권위적으로 변해 가면 인기는 거품으로 바뀌는 것이고 권위 있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 겸허한 자세로 지속적으로 민심에 귀를 기울이고 경청한다면 그 정치인의 인기는 지속될 것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는 권위 있는 지도자가 선출되기를 기대해본다.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choks@ewha.ac.kr
※ 본란은 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수 있습니다.

조기숙교수(womenis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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