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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 생각
하길남 문학평론가
[2009-09-14 오후 4:34:00]
 
 

하길남 문학평론가
현대는 영웅이 없는 시대라고 한다. 영웅 뿐 아니라 소인들만 있고 대인도 없는 시대가 아닐까 싶다. 물론 소인이니 대인이니 하는 개념도 세월 따라 많이 변해왔을 것이다. 요즘 같이 복잡하고 현기증 나는 세상에서는 말이다. 이렇듯 소인들만 으스대다보니 그들 스스로 대인인양 착각하면서 살게 될 것이 아니겠는가. 공자는 이 소인과 대인을 구별하기를 좋아한 모양인데, 이른바 소인배니 군자니 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사실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하겠다.


옛날에는 왕위를 물려주는 일을 선양(禪讓)이라고 했다. 이른바 참선한 사람 즉 득도(得道)한 사람에게 나라를 양위한다는 뜻이다. 어느 역사학자는 우리나라에서도 자생적으로 불교사상이 태동, 발전해 왔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그 당시 많은 부류의 사람들이 참선이나 득도를 생활화해 왔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 득도한 이가 자기에게 나라를 선양하겠다는 말을 듣고, 그는 차마 못들을 말을 들었다고 하여 강물에 귀를 씻었다고 하지 않던가. 이를 보고 있던 농부는 소에게 물을 먹이려고 강가에 이르렀다가, 몹쓸 말을 듣고 귀를 씻은 더러운 물을 소에게 먹일 수 없다하여 침을 뱉으면서 한탄했다는 일화까지 전해내려 오고 있는 것이다. 나라를 준다고 해도 싫다는 사람들이 사는 세상인데 그들에게 더 무엇이 필요했겠는가.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조그마한 자리라도 하나 얻게 되면 이를 이용하여 우선 돈부터 챙기고 어깨에 힘부터 주는 세상이 되지 않았는가. 수 조원의 돈을 챙겼다는 최고 지도자를 비롯하여, 지금은 그들 후예의 아들이다 가족이다 친척이다 하여 세상이 온통 난리가 아닌가. 어디 그 뿐인가. 그 밑으로 장관 도지사 시장 군수 등, 이 서열들은 마치 돈 빼 먹는 우선 순위처럼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니 대인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래서 이제는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눈 또한 먹피(a blackish blood)가 끼어 오히려 이들을 우러러보면서 부러워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잘난 사람이요 대인이라고 말이다. 나도 언제 저런 자리에 앉아보나 하고 천지 신명에게 빌고 싶은 심정이 된다. 이렇듯 우리는 지금 수치(羞恥)가 거꾸로 긍지가 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나라를 맡긴다면 꺼벅 죽을 것이 아닌가. 우리는 이제 부끄러움을 모르는 세상에 살게된 것이 아니라 부끄러움을 긍지로 알고 살아가는 세상에 살게된 것이다.
교육부에서 학생들에게 체벌을 가할 때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시키기 쉬운 엉덩이나 허벅지를 때리라고 했다고 말이 많다. 부끄러움을 잊은 사람들이니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조선시대 여자 종이었던 박생비(朴生婢)가 시 한 수를 남기고 낙동강에 몸을 던진 것도 남편을 섬기는 몸으로 주인 박생(朴生)의 시중을 들어줄 수 없는, 말하자면 부끄러움에서 벗어나고자 한 몸부림이었던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야말로 오늘날의 고관대작은 여자 종의 똥을 주워 먹어도 시원치 않을 세상이 되었다 하겠다.
요즘은 보폭스라는 주사약까지 나와 얼굴에 생긴 주름살도 지워준다고 한다. 소인들의 상판때기라도 다듬어 주겠다는 것인가. 차라리 식중독균의 적선(積善)이 가상하거든. 

하길남문학평론가(womenis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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