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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유죄 예단말고 수사결과로 말하라

[2009-06-21 오전 8:27:00]
 
 

검찰, 유죄 예단말고 수사결과로 말하라 
[김창룡의 미디어창] 언론의 조급증은 정의 훼손하는 죄악
 
[본 기사는 김창룡교수님의 허락에 의하여 게제합니다/-편집자주]
 
▲김창룡교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을 강조하던 언론, ‘피의사실유포죄’를 반성하던 검찰이 다시 비슷한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 광우병 파동을 보도한 MBC 에 대해 검찰이 기소결정을 내리자 상당수 언론은 마치 유죄를 단정하는 것 같은 성급한 보도를 하고 있다. 수사진까지 바꿔가며 처벌 의사를 피력해온 검찰은 스스로 해당 작가의 이메일 내용까지 공개하며 사생활침해, 통신비밀보호법 등을 위반했다며 논란에 휘말렸다.

언론이 불신받고 검찰수사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참으로 혼란스럽고 안타까운 현실이다. 같은 사안을 두고 언론은 언론대로 정파적 보도라며 서로 손가락질하는 불행한 사태가 반복되고 사회는 통합보다 분열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글이 또 다른 논란을 심화시키는데 끼어드는 격이라면 곤란하다. 나는 오직 한가지 목적을 위해 이 칼럼을 정리하고자 한다. 그것은 어떤 기관이나 개인도 ‘정당한 과정이나 절차없이 타인을 함부로 죄인취급해서는 안된다’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자’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을 위해서.

검찰이 에 대해 기소를 결정하며 형사처벌의지를 내세운 데 대해서는 해석과 주장을 유보하고자 한다. 입장에 따라 서로 ‘타당하다’ ‘부당하다’는 엇갈린 주장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두 주장 모두 나름대로 법리해석을 바탕으로 논리를 전개하는만큼 나름의 타당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한 판결은 법원의 몫이다. 인내심을 갖고 지켜볼 생각이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어떤 언론도 ‘유죄를 단정하는 듯한 보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저널리즘의 기본이고 노 전 대통령 사안에서 모든 언론이 공통적으로 자기고백한 내용이다. 그런데 검찰의 기소단계의 혐의내용을 확정된 사실인양 논리를 전개한다는 것은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하고 정치적 여론재판, 여론단죄를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것은 언론이 피해야할 금기사항중의 금기사항이다.

에 대해 법원의 1심판결조차 나오지않았다. 검찰의 기소행위를 마치 범죄혐의의 확인처럼 보도하는 것은 피의자의 인권을 훼손하고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을 권리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 누구도 개인의 존엄한 인권을 짓밟을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어떤 언론이든 이런 보도행태를 보인다면 저널리스트의 이름으로 규탄받아야 한다. 언론의 성급함, 조급증이 사태를 그르치고 정의를 훼손하는 것은 죄악이다.

검찰은 수사로 말한다고 했는데, 수사결과와 무관한 작가의 사적인 이메일 내용을 공개하여 거꾸로 통신비밀보호법, 사생활침해 등에 휘말린다는 것은 매우 위험스런 행태다. 검찰의 정당한 권위와 신뢰는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검찰 스스로 ‘정치검찰’ ‘권력의 하수인’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그런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하는 쪽으로 간다면 이것은 민주주의의 퇴보를 의미한다. 이런 부분에 대한 비판은 검찰이 자초한 결과가 된다.

이미 검찰은 이번 수사과정에서 그 정당성과 독립성을 의심받을만큼 몇가지 헤프닝이 있었다. 특히 수사과정에서 애초 검찰 수사팀이 형사처벌이 어렵다는 이유로 부장검사가 옷을 벗고 나간 일은 예사롭지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팀을 바꿔서까지 형사처벌을 위해 움직이는 모습은 기소를 예견하도록 만들었다.

이런 행위보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임채진 검찰총장의 퇴임사에서 나타났다. 임 전 총장은 퇴임사에서 ‘이쪽 저쪽에서 많이도 흔들었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지키기가 얼마나 어렵고 권력으로부터의 간섭이 있었던가를 실증하는 자기고백인 셈이다. 이런 발언은 시국사건에 관한한 검찰의 수사는 처음부터 정당성과 독립성이 결여돼 있었다는 의심을 갖도록 한다.

한국사회 전반에 인내심과 신중함이 결여되고 있는 양상이다. 섣불리 예단하고 섣불리 단죄하고 섣불리 범인으로 손가락질에 나선다. 청와대는기소결정이 내려지자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MBC 경영진 총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결국 권력이 희망하는 것은 을 희생양으로 경영진 물갈이를 꿈꾸고 있는 것인가. 2009년 하반기 방문진 이사들의 물갈이에 얼마나 많은 이명박 대통령 선거캠프 낙하산 인사들이 밀고들어올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한국사회가 좀 더 차분해지고 좀 더 신중해지고 목소리의 톤이 좀 더 낮아지기를 기대한다. 성급한 결과보다 과정과 절차의 정당성이 더욱 존중받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칭기스칸의 어머니 오울룬이 테무진에게 전했다는 우화를 소개한다.

“한 사냥꾼이 사냥을 나갔다가 어미를 잃고 헤매던 어린 여우새끼를 데려왔다. 그 여우새끼는 사냥꾼의 3살된 아이와 잘 어울려 놀았다. 어느날 사냥꾼은 여느때처럼 다시 사냥을 나가고 어머니는 아이만 집에 남겨놓고 양떼를 몰고 방목을 나갔다.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 사냥꾼은 막사 바로 앞에서 입에 피를 흘리며 헐떡이는 새끼여우를 발견했다. 깜짝 놀란 사냥꾼은 ‘저것이 마침내 내 아들을 잡아먹었다’는 생각에 바로 달려가 단칼에 여우의 목을 쳤다. 그런 후 바로 막사에 뛰어들어갔다. 안에는 어린 아들이 방긋방긋 웃고 있었고 그 옆에는 큰 구렁이가 거의 반토막이 난 채 죽어있었다.” 

김창룡교수(womenis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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