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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홍보 수능 한국사 문제, 출제 재량 일탈·남용이다

[2020-12-05 오전 10:42:11]
 
 
 

서정욱/변호사

정권 홍보 수능 한국사 문제, 출제 재량 일탈·남용이다

 

시험 문제의 출제와 같은 고도의 전문적 영역의 경우 어느 정도 출제자의 자유재량이 인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확립된 이론과 판례에 의하면 자유재량도 무제한의 재량은 아니다.

, 자유재량도 사실오인비례·평등 원칙 위배당해 행위의 목적 위반이나 동기의 부정 유무 등을 기준으로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를 심사하는 것이 확립된 법원칙이다. 

이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지난 3일 치른 수능시험에 출제된 다음의 한국사 문제는 명백히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한 출제다. 정권 홍보를 위해 초등학생도 풀 수 있는 변별력 없는 문제에 3점을 배점한 아래 문제는 법리를 떠나 수험생들을 우롱하는 심각한 문제다. 문제를 먼저 살펴보자. 

"다음 연설이 행해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으로 옳은 것을 고르라"는 이 문제는 1992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연설을 지문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남과 북은 유엔에 동시 가입한 후 대결과 단절의 시대를 끝내고라는 내용이었다. 다섯 보기 중 답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 다른 네 보기가 당백전 발행’ ‘도병마사 설치’ ‘노비안검법 시행’ ‘대마도 정벌같은 고려·조선시대 사건 네 가지였다. 마지막 보기 5번에 남북 기본 합의서 채택을 제시했다 

이것이 과연 대입 수험생들이 보는 수능시험 문제인가. 아무리 요즘 학생들의 한국사 실력이 부족하여 삼별초를 초등학교나 꽃 이름으로 답한 학생, 안중근 의사가 무슨 과 의사냐고 묻는 학생, 6.25 전쟁을 일본이나 미국과의 전쟁으로 답한 학생, 심지어 발해를 세운 사람을 최수종이라고 쓴 학생도 있다는 얘기가 있지만 남북 유엔 동시 가입이 그 옛날에 있었다고 생각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설령 있다 하더라도 이런 학생이 과연 정상적인 대학 수학 능력이 있는가. 

결국 위 문제는 위의 재량권의 한계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목적 위반''동기의 부정' 두 측면에서 명백히 잘못된 출제다. 

먼저 시험 문제는 합리적인 난이도를 통해 수험생들의 변별력을 평가하는 것이 목적인 이상 누구도 풀 수 없는 어려운 문제나 아니면 누구나 풀 수 있는 쉬운 문제는 변별력을 상실하여 원래 시험의 목적에 위반되는 것이다. 실제 수험생 커뮤니티에도 이 정도면 바보 감별평가 아니냐”, “최선을 다해 시험을 봤는데 평가원은 장난을 치는 것 같다는 등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 않은가 

수능 출제본부는 이번 한국사 영역에 대해 한국사에 대한 기본소양을 갖췄는지 평가하기 위해 핵심적이고 중요한 내용 중심으로 평이하게 출제했다문항 소재는 8종의 교과서에 공통 수록된 내용을 활용했다고 설명하지만 '평이한 문제''변별력 없는 문제'는 구별됨을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위 문제는 노태우 정권에서 있었던 일을 지문으로 내놓았지만 사실상 현 정권의 대북 햇볕 정책 기조와 일치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그 동기도 아주 불순하다. 논란을 교묘하게 피하며 정권 홍보를 하려 한 것이 시험 문제만큼 쉽게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코로나로 학교도 못 가고, 시험 보면서도 고생한 고3 수험생들을 위한 보너스 문제였다고 너그럽게 봐줬으면 한다는 주장(하태경)도 있지만 왜 보너스 문제가 하필이면 현 정권의 대북 햇볕 정책 기조와 일치하는 내용인가. 차라리 한글을 창제한 왕을 묻고 보기로 광개토대왕, 근초고왕, 진흥왕, 태조 왕건, 세종대왕을 보기로 제시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은가. 

수능시험은 수험생들에게 있어 인생의 가장 큰 관문으로 이런 절박한 상황을 이용해 수험생들에게 자신들 생각을 심으려 했다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출제 관련자들에 대해 엄중 책임을 묻고 다시는 이와 같이 수험생들을 우롱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조선상고사'에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갈파했는데 역사까지 정권 홍보를 위해 이용하는 민족에게 미래는 더욱 없다. "역사는 아()와 비아(非我)와의 투쟁이지, ()와 아()와의 투쟁이 결코 아니다.

 

여성신문(womenis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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