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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과 기차속의 청년
장기침체 우리 경제 활짝 피어났으면...
[2007-01-10]
 
 

▲ 박선애 소장
얼마 전 서울출장을 마치고 동대구역에서 환승을 하다가 늦은 저녁시간이라 통근열차를 탄 적이 있었다.

피곤한 마음에 이리저리 바꿔 앉아보다가 문득 마주앉은 한 청년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갔다.

나이는 27~8세 정도 고급브랜드는 아니지만 새 양복바지에 남방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청년이 앉은 창문옆 벽걸이에 청년이 입은 바지와 한 벌로 보이는 양복 윗저고리와 새로 산 듯한 하얀 와이셔츠가 옷걸이에 얌전히 걸려 기차를 따라 흔들리고 있는 것이었다. 흔들거리는 양복이 바닥에 떨어질세라 가끔씩 손으로 눌러 주면서 청년은 연신 무릎위에 놓인 유인물을 들여다보며 입속으로 뭔가 끊임없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무슨 공부를 저리도 열심히 웅얼거리면서 할까 궁금하여 옆 좌석에 앉는 척하며 넌지시 유인물을 보았더니 청년의 사진이 붙어있는 입사지원서였다. 지원하는 회사의 양식에 맞춰서인지 분량이 꽤 많아보였다.

대구에서 창원으로 오는 내내 면접연습을 하고 있는 긴장된 청년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비슷한 연배의 아들을 가진 엄마로서 뭐랄까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가슴 저 밑바닥에서 솟구쳐 올라 얼른 창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한국의 청년 실업률이 두 자리 수로 자리매김한지도 이미 오래전, 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져가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지만 3D직종은 오히려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음을 보면 어쩌면 높은 청년실업률도 그럴싸한 직장을 찾는 요즘 젊은이들의 의식 탓도 한 몫 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요즘의 청년취업현실과 기차 속 청년의 얼굴이 자꾸만 오버랩 되며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어떤 모임에선지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어느 어머니의 이야기가 문득 생각이 났다. 아들이 명색이 명문대학이란 걸 나왔고 인물이나 똑똑하기로 남보다 떨어진다는 생각은 안 해봤는데 전공 때문인지, 경기불황으로 기업들이 신입직원들을 덜 채용해서인지 몰라도 서른이 다가오도록 통 취업을 못하다가, 몇 달 전에서야 겨우 이 지역에서 알아주는 큰 업체에 취직이 되어 온 동네에 자랑을 하고 다니면서 그 동안의 한풀이를 하고 다녔단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아들회사 근처에 볼일이 있어 나왔다가 양복을 입고 매일 출근하는 대견한(?) 아들의 일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 아들회사로 찾아가 근무부서를 몰라 여기저기 물어 보던 중, 대형트럭에서 막노동꾼처럼 땀을 뻘뻘 흘리면서 박스를 내리고 있는 아들을 발견하곤 너무 충격을 받아, 아들이 볼세라 얼른 종종걸음으로 회사를 빠져나와 그만 누워버렸단다.

가까스로 기운을 차려 퇴근하고 돌아온 아들을 불러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아들이 눈시울을 붉히면서 숨기고 싶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노라고 용서를 빌며, 발령부서가 영업 관리부라 어느 정도 힘들 거라는 각오는 했었지만 막상 들어가고 보니 이런 막일을 하리라곤 생각도 못한데다 지방의 대기업이란 밖에서 보는 이미지와 내부사정은 완전 다르더라는 것이었다.

이 부서에서는 아무리 학벌이 좋아도 처음에는 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하고 월급도 다른 대기업에 비해 너무 박하여 대졸 초봉임금이 백만 원을 좀 넘는 수준이라는 걸 알고서는 그만둘까라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힘들게 취업한 회사를 그만두어 가족들에게 또 실망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고...

취업이 안 되어 고민하던 지난 몇 년간의 쓰라린 경험이 있었기에 아들은 부모님께 이런 속사정을 말하지 않고 참고 일하다 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회사의 생리에 익숙해져 일도 조금씩 재미있어지고 직장상사에게도 인정을 받게 되어 오히려 명문대 출신이랍시고 너무 눈만 높여 지원하다가 몇 년을 허송세월한 지난 세월이 후회스럽다는 말까지 했다.

요즘은 오히려 자신이 이런 체질이 아닌가 할 정도로 즐겁게 일하고 있으니 너무 속상해 하지 말라며 오히려 어머니를 위로하더라는 것이었다.

아들의 얘기를 듣다가 그 어머니는 자신이 그동안 아들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면서 아들의 인생에 부모의 욕심만으로 부담만 준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아들이 안쓰럽기도 하여 아들의 손을 잡고 같이 울었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아들이 모회사에 다닌다고 애기하면 모두들 부러워하지만 그래도 차마 아들의 월급액수만큼만은 못 밝히겠더라는 그 어머니의 눈물 같은 웃음이 내 뇌리에 선하게 떠올랐다.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나의 큰 아들도 곧 취업전선에 나서야 될 대학 졸업반이다.

지난 겨울방학 때 잠시 한국에 다니러 왔다 취업이 안되면 대학원진학이나 할까하며 장래에 대해 은근히 의논하던 아들의 모습이 떠올라 괜스리 마음이 무거워 왔다.

기차속의 청년이 무사히 면접을 통과하여 합격하였기를, 그리고 우리의 미래인 청년들의 얼굴과, 오랫동안 침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경제도 활짝 피어났으면 하는 바램을 새해 신년벽두에 간절히 소망하면서....

박선애소장(womenis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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