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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의 원혼이 된 자규(子規)의 슬픈 전설

[2016-06-24 오후 8:32:00]
 
 
 

단종의 원혼이 된 자규(子規)의 슬픈 전설

귀촉도, 자규, 두백, 불여귀, 촉혼, 망제, 원조, 촉백, 임금새, 접동새, 주각제금, 두우, 두혼, 사귀조, 망제혼, 시조, 촉조, 주연, 소쩍새...이 모두가 두견새를 달리 지칭하는 이름들이다 

천연기념물 제447호로 지정·보호하고 있는 뻐꾸기과의 여름철새인데, 스스로 알을 품어 부화시키지 않고 주로 휘파람새의 둥지에 탁란(托卵)하여 번식을 한다. 최근 휘파람새의 개체수의 감소로 인해 두견새의 개체수도 따라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두견새를 정확하게 구분짓자면 소쩍새(천연기념물제324-6)와는 엄연히 다른 종인데 옛 시인들에게는 이 두 종류의 울음소리가 모두 다 너무도 구슬프고 처량하다해서 대개는 같은 의미의 시구(詩句)나 시제(詩題)로 사용했다. 

두견새에 얽힌 설화는 여기저기 참 많기도한데, 그중 중국 전한 말기의 양웅이란 사람이 지은촉왕본기蜀王本紀와 동진의 상거가 지은화양국지華陽國志촉지(蜀志) 3에는 촉()나라의 임금 망제(望帝)의 혼이 두견새가 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에게 가장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내용이 아닐까 생각한다. 

옛 중국의 촉()에 이름은 두우(杜宇), 제호(帝號)는 망제(望帝)라고 불린 왕이 있었다. 어느 날 망제가 문산이라는 산 밑을 지날 때 산 밑을 흐르는 강에 빠져 죽은 시체 하나가 떠내려 오더니 망제 앞에서 눈을 뜨고 살아나는 것이었다.

 망제가 이상히 생각하고 그에게 물으니 "저는 형주땅에 사는 별령으로 강에 나왔다가 잘못해서 물에 빠졌는데, 어찌해서 흐르는 물을 거슬러 여기까지 왔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듣고 망제는 하늘이 자신에게 어진 사람을 보내 준 것이라고 생각해 별령에게 집과 벼슬을 내리고 혼인도 시켜주었다.

망제는 아직 나이도 어리고 마음도 약했다.

정승자리에 오른 별령은 은연중 불측한 마음을 품고 대신과 하인들을 모두 자기의 심복으로 만든 다음 정권을 제 마음대로 휘둘렀다. 때마침 별령에게는 천하절색인 딸이 있었는데, 그는 이 딸을 망제에게 바쳤다. 망제는 크게 기뻐하여 국사를 모두 장인인 별령에게 맡기고 밤낮으로 미인과 소일(消日)하며 정사를 돌보지 않았다.

그사이 별령은 여러 대신들과 짜고 망제를 나라 밖으로 몰아내고 자신이 왕위에 올랐다. 하루아침에 나라를 빼앗기고 타국으로 쫓겨난 망제는 촉나라로 돌아가지 못하는 자기의 신세를 한탄하며 온종일 울기만 했다. 마침내 망제는 울다가 지쳐서 죽었는데, 한 맺힌 그의 영혼은 두견이라는 새가 되어 밤마다 "불여귀거(不如歸去:돌아가고 싶다는 뜻)"를 부르짖으며 목구멍에서 피가 나도록 울었다고 한다.

훗날 사람들은 이 두견새를 망제의 죽은 넋이 화해서 된 새라 하여 "촉혼(蜀魂)"이라 불렀으며, 원조, 두우, 귀촉도, 망제혼 등으로도 불리웠다고 한다. 

두견새의 울음소리에 얽힌 슬픈 이야기는 우리나라에도 여럿 전해지는데 그중 가장 슬프고 유명한 이야기로는 단연 비운의 조선 제6대 왕단종이야기를 꼽아야 마땅할 것이다 

병약했던 아버지 문종이 39세의 젊은 나이로 승하할 때 단종의 나이는 고작 12세였다. 어린 임금이 나라를 다스림에 영의정 황보인과 좌의정 김종서는 실권을 장악하고 심지어는 왕의 인사권까지도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황표정사黃票政事)

약화된 왕권은 결국 그의 숙부인 수양대군이 왕위찬탈을 위한 반대파의 숙청사건인 계유정난을 일으키게 하는 배경이 되었고 왕위를 빼앗은 세조(수양대군)는 상왕인 조카 단종을 노산군(魯山君)으로 강등시키고 머나먼 강원도 영월의 청령포(淸泠浦)에 유배를 보낸다. 

멀고 먼 유배지 청령포에서 하 처량하고 슬픈 자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관풍헌(觀風軒)의 자규루(子規樓)라는 누각에 홀로 앉아 자규의 슬픈 울음소리에 자신을 견주며 지은 자규시인데, 그 내용이 하도 슬퍼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비운의 어린 임금 단종을 기억하며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떠올리게 한다. 아마도 지금도 청령포 부근의 어디에선가 단종의 원혼이 자규가 되어 지금도 구슬프고 처량하게 울고 있지나 않을까? 

一自怨禽出帝宮 / 일자원금출제궁 / 한 마리 원한 맺힌 새가 궁중으로 부터 나온 뒤

孤身雙影碧山中 / 고신쌍영벽산중 / 외로운 몸 짝 없는 그림자가 푸른 산속을 헤맨다.

暇眠夜夜眠無假 / 가면야야면무가 / 밤이 가고 밤이 와도 잠을 못 이루고

窮限年年恨不窮 / 궁한년년한불궁 / 해가 가고 해가 와도 한은 끝이 없구나.

聲斷曉岑殘月白 / 성단효잠잔월백 / 두견새 소리 끊어진 새벽 묏부리엔 달빛만 희고

血淚春谷落花紅 / 혈루춘곡낙화홍 / 피 뿌린 듯 봄 골짜기에 지는 꽃만 붉구나.

天聾尙未聞哀訴 / 천롱상미문애소 / 하늘은 귀머거리인가 슬픈 이 하소연 어이 못 듣고

何柰愁人耳獨聰 / 하내수인이독총 / 어찌 수심 많은 이 사람의 귀만 홀로 밝은가 단종의 자규시(子規詩)

 

수양은 한명회, 권남, 홍달손 등을 불러 왕위의 찬탈을 획책하고 하나의 하늘 아래 절대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는 충신들의 단종복위 계획이 김질이란 놈의 밀고에 의해 발각된다. 이에 수양대군은 황보인과 김종서를 처참히 죽이고 성삼문, 박팽년, 이개, 하위지, 유응부를 잡아들여 모진 고문을 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굳은 절개가 절대 변할 기색이 없음을 느끼자 모두 죽였고 유성원은 자신의 집에서 성삼문의 죽음을 전해 듣고 자결을 한다. 이 여섯 명의 충신들을 일컬어 후세의 사가들이 사육신(死六臣)이라 하며 그들의 우국충절의 넋을 숭고히 받들게 된다 

한편, 유배지로 보냈던 단종을 죽이려 사약을 내리니 금부도사 왕방연이 영월 청령포에 도착하여 수양의 명을 거행하려 하였으나 눈물이 앞을 가려 차마 거행치 못하고 망설이는데 명예에 눈이 먼 공생(貢生) 복득(福得)이가 자처해 한 가닥의 활화살 줄로 단종을 교살(絞殺)함으로써(병자록 기준) 14571020일 슬픔과 한이 서린 가여운 인생은 열일곱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마침표를 찍었다 

천만리 머나먼길 고운님 여의옵고

내마음 둘데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물도 내안같아야 울어밤길 예놋다 

왕방연이 단종을 청령포에 모셔놓고 한양으로 돌아오는 길에 천근만근 다리가 무거워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아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냇가에 앉아 지은 시조인데, 내가 국민학교를 다닐 때 시인이신 나의 아버지께서는 조선왕조 오백년 역사 중 가장 슬펐던 단종이야기를 들려주시는 것을 즐기셨다. 당시 아버지께 배우며 즐겨 애송했던 이 구슬픈 시조를 외워 쓰며 당시의 행복했던 날을 회상해본다. 

한림(漢林)최기영/ ericchoi1126@naver.com

김영기자(womenis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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