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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떡이는 물고기처럼 활기찬 농촌을

[2005-09-05]
 
 

어릴 적 우리 마을은 공동우물을 사용했고, 마을길은 모두 비포장이었다. 골목골목마다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하루 종일 들렸었다. 그때 뛰어놀던 또래 아이들은 티 없이 맑고 천진해 보였었는데…    


지금은 비포장 길은 찾아볼 수도 없고, 마을 앞에는 주차장이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당시 뛰어놀던 아이들은 어느새 장성하여 자식을 둔 부모가 되었고, 이미 마을에는 젊은이 보다 연로한 어르신들이 농촌을 담보로 살고 계신다.


달포 전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농촌체험마을을 갔다가 오랜만에 소달구지를 다시 탈었다. 트랙터와 경운기가 농촌 들녘과 산자락을 내달리는 요즘에 우연히 마주친 소달구지, 하지만 어릴 적에 느꼈던 쏠쏠한 재미와 추억 속 향기는 느낄 수 없었다. 아마 곳곳에 폐허가 된 빈집들이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일 게다. 고층건물에 갇힌 틀 안에서 하루 종일 있다가 오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는데, 시대 조류에 역행하여 하루를 보내는 것이 이렇게 아픔인 줄을 이제서야 알 것 같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빈집 지붕들은 허물어져 내리고 제기차기를 즐겼던 마당엔 이름 없는 잡초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도시에서 생활하는 폐가 주인의 자녀들이 한여름에 잠깐 내려와 쉬어 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방치되고 있었다. 문제는 외지인들이 투기 목적으로 사 두었다가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농촌 마을이 비슷한 실정일 것이다. 한때 문제가 되었던 농촌의 폐교는 기업이나 대학의 연수시설로 사용되는 등 나름대로 활용방안이 나오고 있다.

 


이제는 농촌도 펄떡이는 물고기와 함께 항해를 시작해야 한다. 예컨대 펄떡이는 생선을 파는 어시장의 생선상인들로부터 배운 단순한 교훈들을 독창적으로 실제상황에 응용함으로써 우리들의 일터에 놀라운 변화를 창조했듯이, ‘FISH! 철학’으로 날마다 새로워지기! 생생한 농촌 만들기! 연주가 필요한 때이다. 


한편 농업은 자연과 직접 관계를 맺으면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식료(食料)를 생산하는 산업이다. 때문에 환경과의 조화가 기본이다. 이처럼 농업은 근본적으로 자연과의 밀접한 관계가 있고, 그 농업을 기본산업으로 하는 농산촌은 도시인에게 매력이 있는 곳이다.  


토머스 모어의 소설인 “유토피아”는,  농촌과 도시가 결코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나아가 농촌이야말로 축복받은 땅임을 그리고 있다. 예컨대  농산촌에서 2년을 지낸 사람은 농산촌에서 더 이상 살 수 없고, 의무적으로 도시로 들어가 살아야 한다. 이들이 떠난 농산촌에는 도시에서 2년 동안 살았던 사람이 와서 메우게 된다.


이때 농민과 도시민을 한꺼번에 교체하면 식량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일부씩 순차적으로 교대하도록 한다. 이것은 누구나 오래 있고 싶어 하는 농산촌 생활을 특정인들의 전유물이 되지 않게 하려는 것인데, 계속 농업에 종사하고 싶은 사람은 특별허가를 얻어야 몇 년간 더 살 수 있다.


이 소설에서는 도시에 사는 것은 의무이고, 농산촌에 사는 것은 도시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하나의 특권인 셈이다.


토머스 모어는 그 당시에 이미 오늘날 우리의 사회현상을 정확하게 예견한 것 같다.


모두가 농산촌을 버리고 도시로 떠남으로써 농촌 공동화(空洞化)에 따른 공업화와 도시 과밀화의 위기를 내다본 것 같다.


470여년이 흐른 작금의 한국 농산촌은 분명코 커다란 위기에 봉착해 있다. 토머스 모어의 예견대로라면 오늘날의 위기는 농산촌의 위기가 아니라 바로 도시의 위기라 해야 옳을 것 같다.
이제 극단적인 과밀화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는 도시민들 가운데 집단적으로 대도시 탈출작전이 시작될 것이다. 


이들은 왜 대자연 속에서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릴 수 있는 장소를 찾고 있는 것일까? 혹 농산촌에 무슨 매력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 바로 매력이다. 나무와 풀, 새와 짐승, 이름모를 곤충과 들꽃 등 농산촌에서는 하찮고 무관심한 것들이 도시인들에겐 색다른 매력이요, 관심거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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