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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공선옥/아이를 왜 낳지 않는가?
계몽만 한다고 따라오던 시기 지나
[2005-06-10]
 
 
 

▲ 소설가 공선옥
보리밥 먹고 아이 적게 낳아야 애국자일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30여 년 전인가, 우리 집에 광주상고에 다니는 어머니 친정쪽 사촌동생이 왔다. 내게는 삼촌뻘이다. 그때만 해도 광주상고는 명문이었다. 명문학교에 다니는 친정동생이 왔으니 학교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어머니는 동생이 자랑스러운 만큼 또 어려운 손님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어려운 친정동생에게 흰쌀밥을 대접할 수가 없었다. 그저 우리 먹는 꽁보리밥 뿐. 무안해 하는 어머니에게 이 명문학교 다니는 학생이 점잖게 한마디 했다.


"누님, 이 시대에 보리밥 먹는 사람은 애국자랍니다." 그리하여 우리 어머니는 그 시대만 해도 적다고 여겨지던 세 명의 아이를 낳았고(보통이 다섯 여섯, 열명을 낳는 집도 흔했다) 보리밥을 먹었으니 졸지에 애국자가가 된 셈이다.


왜 지금 문득 그 삼촌의 말이 떠오르는 것일까. 엊그제 아이 셋을 데리고 택시를 탔다. 기사가 힐끗 나를 돌아본다. "모두 아주머니 아이들입니까?"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기사가 그런다. "요즘은 애 많이 낳아야 애국자지요." 그리하여 이 시대에는 애 많이 낳고 빵 먹지 말고 쌀밥 먹어줘야(쌀이 남아돈다지 않나) 애국자가 되는 셈이다.


여성들이 아이들을 낳지 않는다고 한다. 가임여성 한 명당 출산율이 1.17이라든가. 두 명이 채 못 되는 수치다. 이대로 가다간 이 나라 발전 동력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칠지도 모를 수치라고도 한다. 사실 그 말은 맞는 것 같다. 이 나라 경제발전의 주역이란 다름 아닌 산업역군이라 불리던 저, 베이비붐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이었으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수많은 표어들 중에 가족계획협회의 거의 구호성 표어가 생각난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고전이 되었고, 이후 약간 신식이,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다. 조금 거슬러 가서는 넷만 낳아 잘 기르자고 호소한 적도 있다 하고, 위협 내지는 협박조가 묻어나는 무턱대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같은 표어도 있었다 한다.

 

이제 세기도 바뀌어 21세기의 표어는 어떤가. 아 참, 그런데 이 시대에도 표어라는 사뭇 고전적인 계몽주의 방식이 통하는 시대이기는 한가? 그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라도 일단 그 표어를 한번 들어보자.

 

이름하여 1.2.3운동. 이 닦는데, 3.3.3법칙은 들어봤어도 1.2.3운동은 좀 낯설다. 들어보니, 결혼하고 1년 안에 임신하여 2명의 자녀를 30세 이전에 낳자는 운동이라는 것인데. 물론 운동은 강조의 측면에서 필요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구조를 바꾸지 않고 계몽만 한다고 따라오던 시기는 이제 지나지 않았나?


자살이 급증하고 있다. 그것도 이제 한창 삶의 의욕에 불타오를 나이의 젊은 사람들이 스스로들 목숨을 끊고 있다. 젊은 사람들은 왜 목숨을 끊을까. 청년실업률을 첫 번째로 드는 사람이 많다. 전망의 부재, 그로 인한 우울증. 전쟁 시기에도 사람들은 애들을 잘만 낳았다. 전쟁도, 기아선상도 이 나라 배달민족의 살아보고자 하는 의욕을 꺾지는 못했다. 그런데 왜 이 시대 이 나라 젊은 사람들은 목숨을 끊고 애도 안 낳는가. 그들은 정녕 희망을 잃어버린 것일까. 그리하여 이 나라는 정녕 젊은이들이 결혼하고 애 낳고 행복하게 사는 꿈을 심어주지 못하는 나라일까.


텔레비전에 아토피를 심하게 앓는 아이엄마가 나와서 말한다. "우리 애만 꽁꽁 싸매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우리 애는 건강하고 안전할거라고 믿었지요. 하지만 그러면 뭐해요. 사방이 지뢰밭인데."......


이 땅에는 사실 아이 낳고 싶어도 못 낳는 사람도 있고 안 낳는 사람도 있다. 못 낳는 사람은 일단 제외하고 안 낳는 사람들은 왜 안 낳는가. 돈만 많으면, 그래서 내가 버는 내 돈으로 내 새끼 꽁꽁 싸매서 키우면 과연 그 아이도, 그리고 부모인 나도 행복할 수 있을 것인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1.2.3운동도 좋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이 땅의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 내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돈 많이 안 벌어도 아이 키울 수 있는 땅으로 만드는 것이 먼저여야지 않을까. 그 아이들이 미세먼지도 안 마시고, 학원에 안 가고 수풀이 우거진 동네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해주는 나라여야 하지 않을까.

 

* 본란은 본사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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