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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학부형께 드리는 편지-인제대 김창룡 교수 칼럼

[2011-11-15 오전 9:55:00]
 
 

고3 학부형께 드리는 편지
11월 18일 수능시험일을 앞두고

 

수능시험일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수험생들보다 더욱 긴장하고 더욱 초조해하는 분들은 바로 학부형들입니다. 기도원과 절, 교회 등 가능한 모든 곳에서 지성을 올리며 자녀가 고득점을 올려달라고 비는 그 간절한 소원은 바로 자녀사랑의 발로일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백일기도 아니라 천일 기도를 하더라도 하나님도 부처님도 모든 수험생이 만점받도록 할 수는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때문입니다.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또한 대학생을 지도하는 선생의 관점에서 몇가지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먼저, 수험생에게 반드시 고득점만이 일류대를 보장하고 팔자고친다는 강박관념에서 스스로 벗어나는 것이 어떻냐는 것이지요. 고득점에 해당하는 상위 1-2 %에 들어가지 못하는 대부분의 학부모 자녀들은 부모의 높은 기대치를 만족시키지못해 소리없이 좌절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수능일이 끝나면 이가운데 몇 명이 스스로 목숨마저 끊어버리는 비운의 장본인이 될 지 알 수 없습니다. 혹시 내 자녀도...한번쯤 고민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법대 진학 강요하던 아버지, 아들 몰아붙인 결과는

얼마전 서울에서 중2학년 학생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질러 부모와 여동생, 할머니마저 몰살시킨 끔찍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가장 큰 원인은 아버지와 중2 아들 사이의 불화때문이었다고 합니다. 40대 아버지는 아들이 법대 진학해서 판검사 되는 것을 강요하다시피 한 것입니다. 아들에게 법대는 아무 의미가 없었고 춤과 노래 등 예능쪽에 관심을 보였다고 합니다. 실망하고 화난 아버지는 골프채로 배도 찌르고 혼내는 등 아들을 막다른 길로 몰아붙였고 결국 ‘아버지없는 세상’을 꿈꾸던 철부지 10대는 집에 불을 질러버렸던 것 아닙니까.

그리고 수능시험에 모든 행복과 성공이 달려있는 것처럼 무조건 ‘수능 수능’하지 마세요. 수능일이 끝나면 시험을 만족스럽게 잘 친 학생보다 제대로 실력발휘 못한 학생이 더 많을 것(98%학생들)이니 미리 위로와 격려를 준비하세요. 특히 공부못하는 학생들은 나름 마음이 매우 불편하고 힘들었을 것입니다. 공부라는 기준만으로 모두 1 등 하라고 소리치는 것은 비합리적이고 비교육적입니다. 좌절과 실패를 먼저 경험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인생공부라고 생각합니다. 패배의 교훈은 나이가 들수록 그 가치를 더욱 절감하게 됩니다.

   
  ▲ 이치열 기자 truth710@  
 
저는 아들이 대학에 떨어지고 난 뒤 “괜찮다. 너는 그동안 열심히 했다. 내가 입시전략을 제대로 몰랐기 때문이다. 염려마라. 너처럼 능력있는 아이들은 이런 패배의 경험도 훗날 큰 보약이 되리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아이는 자신의 사이 일기장에 “나는 대학낙방했는데, 우리집은 잔치분위기”라고 적어놨더라고 아내가 말했습니다.

자식 대학떨어지고 기분좋은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저도 대학 삼수생출신인데, 자식마저 또 떨어지는 상황을 보고 정말 괴롭고 우울했습니다. 어른은 아이앞에서 먼저 감정노출을 쉽게 해서는 안됩니다. 학부모야말로 자녀에게 가장 가깝고 가장 믿을만한 교육자가 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또한 제발 내 아이만은 ‘인서울’ 대학교에 보내야 한다고 떠벌리지 마십시오. 제 가까운 친구들도 자녀를 지방대학교에 보내지 않겠다고 재수, 삼수시키는 학부모 많습니다. 지방대학교는 가서는 안될 곳인가요. 저는 그 친구부모들에게 “부모의 무지가 자녀의 교육을 망치고 있다”고 대응하지만 그들은 ‘지방대 교수의 그렇고 그런 소리’ 정도로 들은 척도 하지않습니다.

내 자식은 모두 '인서울' 대학교에 가야 하나

저는 딸을 강요하다시피 인제대학교에 데려가서 지방대학교, 지방대생을 체험시켰습니다. 인생을 길게 봤을 때 1,2년의 시행착오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어찌 내자식은 모두 성공해야 하고 모두 인서울대학교에만 가야합니까. 자녀를 사랑할수록 실패와 좌절을 먼저 가르치고 그런 상황에서 극복하는 방안을 스스로 찾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아들은 대학실패후 재수를 해봐야 내신성적이 좋지않아서 저와 의논 끝에 말레이시아 대학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말레이시아로 떠나면서 아들은 “특목고 출신으로 말레이시아 대학으로 가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면서 항의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아들아 너같이 능력있고 멋진 사람은 말레이시아 같은 곳에 가서 먼저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필요하단다. 그리고 말레이시아에서 영원히 살라는 것도 아니다. 그곳에는 미국, 영국 등 편입학 시스템이 잘 돼 있고 영어로 강의하니 편입에 성공할 때까지 잠시 있으리라는 것 뿐이다.”

말레이시아는 물가도 대학 등록금도 싼 편이지만 기후가 상시 여름이라 한국학생이 2년여 버텨내기가 쉽지않습니다. 환경극복도 교육의 하나입니다. 일상의 작은 도전과 시련속에 아이들은 성장하는 법입니다. 다행히 그 아이는 말레이시아 대학에서 2년을 마치고 성공적으로 미국의 일리노이 대학교로 진학했고 이제 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자녀 교육은 부모 뜻대로 되지않습니다. 먼저 자녀의 의사를 존중하고 그들의 장단점을 잘 분석해주세요. 왜 모두 공부 1등, 수능대박이라는 비현실적인 목표에 함몰돼야 하는지 학부모 스스로 고민 좀 해주세요. 서울대 법대도 연세대 의대도 자녀에게 행복하고 만족스런 인생을 보장하지않습니다. 오히려 역경을 뚫고 나가며 타인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따뜻한 배려와 협동정신을 배울 수 있다면 훗날 결혼생활, 사회생활 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  
 
수능일을 맞아 수험생보다 학부모들이 먼저 깨어나야 합니다. 하나 더 맞고 더 틀리는데 일희일비하시기보다 좀 더 대범하게 수고한 자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시는 것이 어떨까요. 그리고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도록 도와주고 격려해주세요.

“지금의 실패와 좌절이 훗날 진정한 인생성공의 보약이 될 것이다.”

현재방식의 수능은 극소수의 성공자와 너무 많은 실패자를 만들어내는 독약입니다.
모쪼록 학부모님들의 인식의 전환이 있으시기를 기대합니다.
김창룡 올림 


출처 : 미디어오늘 김창룡 교수 칼럼

 현 대학 교수가 쓴 수능에 대한 칼럼이다.
 우리나라에서 입시, 특히 대학 입시는 성공의 첫 단추이자 인생 역전의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문과의 경우 법대-판검사, 이과의 경우 의대-의사와 같은 성공 공식은 대학 입시에서 대부분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 입시의 핵심 시험은 짧은 주기로 변화해왔다. 본고사-학력고사-수능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 당시에 수능은 내신 강화와 의전/로스쿨 제로 비중의 약화되는 듯 했으나, 특목고 난립 및 서울 주요 대학의 고교등급제, 오늘 기사가 난 의전의 의대 전환 확정으로 인해 다시 수능은 대학 입시의 핵심 시험으로 부상했다. 이러한 수능이 4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김창룡 교수는 학부형들에게 "자녀가 수능을 잘 봐서, '인서울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전부인 것인냥 강조하지 말고, 결과에 상관없이 수고한 자녀를 격려하고, 인생 전체 설계를 도와라."라는 칼럼을 썼다.
 대개 '수능에 목매지 마라'와 같은 주제의 글인 경우, 기득권 층에 있는 사람이 쓰면, '너네 자식은 그렇게 하느냐'라는 의견이 달리고, 비기득권 층에 있는 사람이 쓰면, '너네 자식이 인서울 못해서 자기 위안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의견이 달리는데, 이 글은 이런 공식을(?) 기득권층에 있는 사람이 자기 자녀의 사례를 들어서인지 좋은 내용의 의견이 달리고 있다.
 여기서 드는 한 가지 생각은, 과연 입시 제도가 문제일까하는 것이다. 현재 입시 제도때문에 칼럼 사례처럼 자식이 압박을 못이겨 방화를 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것일까? 입시가 곧 신분 상승의 척도가 되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없는 집에서는 지지리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는 것이 성공하는 것이 그나마 가장 쉬운 방법이고, 있는 집에서는 부모가 성공을 했기 때문에, 그 성공을 대를 이어 물려줄 수 있게 자식을 공부시키려 하기 때문에 입시에 목매는 것인데..
 4일 뒤,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 수능 시험이 치뤄질 것이다. 이 날은 소음을 일으키는 모든 것이 금지되고, 시험장 주변은 경찰력으로 봉쇄되고, 초,중학교는 등교 시간이 늦춰지고, 고 1,2는 자신의 학교가 수능 시험장으로 바뀌기 때문에, 학교를 가지 않게 되는 것을 또 보게 될 것이다. 그때 마다 씁쓸한 느낌이 드는 것은 나뿐인가.

여성신문(womenis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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