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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과 때깔

[2011-09-29 오후 7:56:00]
 
 

색깔과 때깔

▲ 윤미숙 사진자료@한산신문
지긋지긋한 색깔론이 다시금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북한 정치범수용수로 알려진 요덕수용소에 수감 중인 통영출신 신숙자(69·여)씨와 두 딸이 고 윤이상(1917~1995) 선생의 권유로 입북됐다는 일각의 서명운동과 주장에 대해 통영지역 문화예술계가 반박하고 나섰다. 지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8일 통영예총과 통영문화원 등 15개 문화예술 단체는 기자회견을 갖고 '오길남 가족의 입북과 윤이상 선생은 관련이 없다'며 당시 독일 '한인회보'에 실렸던 기사의 친필 원고를 그 증거로 공개했다.
 
'오길남 사건'은 통영출신인 신숙자(69)씨가 20대에 서독으로 건너가 간호사로 일하다 그곳에서 경제학 박사인 오길남 씨를 만나 결혼해 두 딸을 낳은 후 가족이 모두 월북했다가 이듬해 오씨 혼자 탈북했다. 이후 월북 과정에 대해 오씨는 "1985년 12월 좋은 교수직과 아픈 아내의 치료를 보장하겠다는 북한 요원의 말과 조국을 위해 경제학자로 일해 볼 생각이 없느냐는 작곡가 윤이상의 제의를 믿고 가족이 모두 월북했다"고 주장해왔다.
 
통영의 아들과 딸
 
최근 통영 현대교회 방모 목사가 신숙자 씨와 두 딸의 구출을 위한 서명운동을 하면서 신 씨와 두 딸의 사진설명에 '1991년 윤이상이 다시 월북하라고 회유하기 위해 건네준 가족사진'이라고 기재해 문제가 됐다. 그러나 한인회보에 실린 윤 선생의 '오길남 사건과 나'란 제목의 원고는 전혀 다른 상황을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1986년 11월 어느 날 저녁 "저는 오길남입니다. 가족을 데리고 이북에 살러갔다가 6개월 전에 도망해 왔습니다"란 첫 전화를 받았다고 적혀있다. 전화를 받은 윤 선생은 그가 이북에 간지도 전혀 몰랐으며, 또 도망해 왔다는 사실도 보통 일이 아니어서 놀랐다고 한다. 그럼 지난 6개월 동안 어디에 있다가 지금 전화를 거느냐고 물으니 '미국과 독일의 정보기관에 갇혀 조사를 받고 이제 나왔다'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당황했다고 적었다. 이후 윤 선생은 오씨의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 1990년 평양의 민족통일음악제에서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북한에서 차관 대우를 받은 오씨의 가족 구출은 쉽지 않았다고 전한다.
 
누구의 말이 사실인지 사자(死者)는 말이 없고 산자는 말을 할 수 있으니 불공정한 진실게임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판단은 시민들과 후손들이 할 것이다. 윤이상 선생은 동백림 사건으로 옥고를 치룬 아픈 근현대사의 피해자중 한사람이었다.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지난 2006년 1월 26일 '당시 정부가 단순 대북접촉과 동조행위를 국가보안법과 형법상의 간첩죄를 무리하게 적용하여 사건의 외연과 범죄사실을 확대·과장했다'고 밝히고, '사건 조사 과정에서의 불법 연행과 가혹행위 등에 대해 사과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인근 거제시에서는 김백일(본명 김찬규) 장군의 동상건립 문제가 갈등을 거듭하다 결국 법정까지 갔다. 그는 일제의 만주국 소위로 항일무장 세력을 공격하고 숙청작업에 참여하는 등의 행위가 밝혀져 2009년 대통령 직속기구인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 행위자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흥남철수작전 기념사업회측은 그가 6,25 전쟁의 영웅이자 흥남철수의 주역이므로 그의 동상철거는 마땅치 않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모두 사실이라면 두 가지를 다 기록하면 될 일이다. 치고 받고 싸울 일이 아니다.
 
청마 유치환 선생의 친일논란도 오랫동안 지역 갈등을 초래했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지 않음으로써 표면상 일단락 되었으나 논란의 불씨는 어딘가 남아있을 것이다.
 
색깔은 본디 아름답다. 무지개는 일곱가지 색을 한꺼번에 가지고 있어 경이와 신비의 대상이다. 그런 색깔이 사람에게 덧칠해지면 왜 이렇게 불편하게 되는 것일까. 식민과 전쟁의 불행한 역사를 가진 나라에서 청산되지 못하는 숙제가 그것이다.
 
동상이든 기념비든 제작 당시의 있는 그대로를, 그는 이런 점이 훌륭했고 그러나 저런 논란도 있었다, 라고 진솔하게 기록하는 것이 맞다. 판단은 후손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다른 증거가 밝혀지면 기념비는 수정될 것이다. 흑백 논리로 사람의 일생을 매우 간략하게 만들겠다는 것 부터가 욕심이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선한 마음들이 만든 악한 모양새다. 바람은 바람으로 남겨둘 일이다. 우리가 지레 후손들의 생각까지 재단하겠다는 오만을 먼저 버릴 일이다.

지역신문제휴.통영한산신문/윤미숙의 앞담화 뒷담화

여성신문(womenisnews@hanmail.net)

 
 
여성신문 그렇군오..... 2011-10-2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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