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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사랑하며, 인간을 미워하며...

[2002-03-26]
 
 
 
가정폭력이라는 정형화된 용어가 나오기 전에는 그저 ‘매맞고 사는 아내’ ‘구타당하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처럼 예사로 다루어져 왔다. 집안에서 일어나는 폭력, 특히 여자를 때리는 일은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걷어차듯이 별일 아닌 것으로 여겼다. 이러한 때에 앞서가는 생각으로 항상 지역사회에서 선구자 역할을 해온 가톨릭여성회관에서는 남편의 구타에 시달리며 울고 있는 여성들에게 눈을 돌리게 됐다. 1991년 5월 10일 경남지역에서는 처음으로 회관 내에 있는 3평 남짓 되는 온돌방 하나를 비워 ‘여성의 쉼터’를 발족했다. 당시 조현순 관장의 인간애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그 일을 추진케 했고, 그 일을 수행하기에 참으로 적합한 이현숙 실장이 발탁이 됐다. 1994년 7월 20일 회관 담 옆에 위치한 마산시 석전2동 224-14번지 43평형의 단독주택을 ‘여성의 쉼터’로 마련했다. 안락한 둥지가 생기자 이제 본격적인 사업을 펼쳐나갔다. 이현숙 실장은 요리강습 교실을 열어 쉼터를 운영할 수 있는 재정을 만드느라 무척 고생을 했다. 뿐만 아니라 입소자들에게도 요리를 교육하여 조리사 자격을 취득하게 하는 등 자립할 수 있는 힘을 키우게 했다. 지방에서는 유일한 쉼터이고 보니 경남 뿐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가정폭력 피해자와 자녀들이 찾아오게 되어 입소 희망자를 다 수용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그 후 마산시 중앙동 아파트 17평형 1동을 더 마련하게 됐다. 이렇게 우리 회관 ‘여성의 쉼터’는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지고 마산시비의 지원도 받게 되어 왕성한 활동을 했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도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기 시작했다. 여성계에서는 가정폭력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소리를 드높였다. 행정당국의 인식도 시류에 따르게 됐다. 경상남도에서는 ‘여성의 쉼터’의 자발적인 활동에 박수를 보내며 대규모 보호시설을 설립하도록 지원했다. 1997년 6월 창원시 북면에 ‘창원 여성의 집’이 세워졌다. 조현순 관장과 이현숙 실장은 6년간 일해온 경력을 인정받아 새로운 여성의 쉼터인 ‘창원 여성의 집’으로 옮겨갔다. 북면에 대구모의 보호시설이 생김에 따라 우리 회관의 쉼터는 시내중심지에서 그 효용성을 높여 피해자와 북면을 연결해 주는 중간기관 역할을 꾀하고자 했다. 1997년 6월 1일 우리는 ‘가정폭력상담소‘ 명칭을 바꾸고 전문상담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아직 가정폭력방지법이 시행되기 1년전 이었으며 조현순 관장의 장래를 내다보는 안목으로 발빠른 전환을 한 셈이다. 2대 황광지 소장이 부임했다. ‘창원 여성의 집’으로 큰 덩어리가 옮겨간 바람에 휑한 상황을 수습하느라 한동안은 안정이 되지 않았다. 또한 ‘창원 여성의 집’의 업무와 ‘가정폭력상담소‘ 업무가 구분되지 않는 기간도 한참 지속됐다. 여전히 회관 옆에 있는 주택은 일시 보호시설로 남아 있어 상담소와 함께 관리해야 하는 고충이 컸다. 인력문제가 컸으므로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지탱해 나갔다. 이성화, 권정희, 임현숙, 백정희, 최현숙, 고복실, 이양옥, 박병숙, 유광민, 황아나, 김영숙 씨와 같은 봉사자들의 힘이 상담소를 굳건하게 세워 나갔다. 드디어 1998년 7월 1일 가정폭력방지법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가정폭력사건은 사회의 지지를 받기 시작했고 우리가 하는 일도 정부의 힘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그래서 이 법에 따라 우리는 상담소와 쉼자리를 분리하여 운영키로 했다. 1999년 1월 ‘마산가정폭력상담소’로 하여 마산시에 신고하였고, 또 ‘따뜻한쉼자리’란 이름으로 가정폭력 피해자 일시보호시설의 인가를 마산시로부터 받았다. 마산가정폭력상담소는 여전히 황광지 소장이 맡으면서 백정희 상담원이 가세를 했고, 따뜻한 쉼자리는 김현주 관장이 시설장을 겸임하고 전혜숙 상담원이 실무를 맡았다. 그때까지 쉼자리로 이용되던 단독주택은 가출소녀 쉼자리를 위해 내어 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김현주 관장은 교구 전체의 이해관계를 고려하고 공동선이라는 관점에서 판단하여 기꺼이 내어놓았다. 그리고 따뜻한 쉼자리는 신 마산에 있는 23평 빌라를 임대해서 운영하다가 회관내의 건물로 들어오게 됐다. 경상남도에서는 이러한 상담소와 시설들을 총괄해서 관리하고, 지원하며 ‘경남 여성복지 상담소. 시설협의회’도 조직되어 연대사업도 많아졌다. 마산시에도 마산가정폭력상담소와 따뜻한쉼자리에 재정지원과 함께 행정지도를 하고 있다. 2001년 와서 따뜻한쉼자리 전혜숙 실무자가 심한 병을 앓아 퇴직한 것이 계기가 되어, 김현주 관장이 이 일에서 손을 떼고 이상숙 소장과 장은정 상담원이 새로 부임했다. 또 숙소를 고정 담당하는 안춘옥 봉사자와 뜨개질을 가르치는 정소아씨, 노래교실을 맡은 이금희, 이종숙씨가 함께 봉사하고 있다. 상담소에도 지금 현재 권정희, 황아나, 백승남, 문계진, 박영숙, 이상해, 정명화 봉사자가 상담을 돕고 있다. 그리고 한숙희, 김경애, 허오질라, 이상숙씨등 상담 봉사자로 우리를 도운 적이 있다. 마산가정폭력상담소는 올해 설립 10년을 맞았다. ‘여성의 쉼터’로 시작하여, ‘가정폭력상담소‘를 거쳐 오늘의 ‘마산가정폭력상담소‘가 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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