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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유실수 개암나무

[2005-09-26]
 
 
 

 


정월 대보름의 세시풍속에 부럼이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호두, 가래, 은행, 밤 등의 단단한 열매를 깨무는 관습인데, 1년 동안 무사태평하고 만사가 뜻대로 되며 부스럼이 나지 말라고 기원한다. 요즈음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여기에는 개암도 끼인다. 개암 열매는 달고 고소하며 맛이 그만인데다 껍질이 단단한 것이 부럼에 들어가는 이유이다. 우리의 전래 동화인 혹부리영감 이야기에도 도깨비들이 방망이를 치는 때에 맞춰 개암을 깨물었다가 소리가 너무 커서 들키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고려사 지(志)의 길례대사에 보면 ‘제사를 지낼 때 제 2열에는 개암을 앞에 놓고 대추, 흰떡, 검정 떡의 차례로 놓는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왕조에 들어오면서 연산 때까지도 밤과 함께 제수의 필수품으로 쓰였고 세금으로도 거둬들였다. 그 후는 개암이 제사에 쓰였다는 기록은 없고 중종.명종실록 등에 우박의 크기를 비교하면서 ‘작은 것은 개암이나 콩알만하다’는 내용 정도이다. 그나마 인조 4년(1626) 이후는 찾을 수 없게 된다. 이를 보아 오늘날 개암을 거의 쓰지 않은 것과는 달리 조선조 중기까지만 하여도 먹는 열매로서 널리 애용되었던 것 같다.


전국 어디에서나 자라며 잎이 떨어지는 넓은 잎 작은 나무로서 키가 4∼5m가 고작이다. 잎은 넓은 타원형인데 어린 아이 손바닥만하고 끝 부분이 약간 뭉툭하면서 몇 개로 갈라지며 잔 톱니가 있다. 3월쯤이면 한 나무에 암꽃과 수꽃이 같이 핀다. 약간 뾰족뾰족한 붉은 색 암꽃은 가지 끝에 새순처럼 핀다. 열매는 도토리처럼 딱딱한 껍질을 가지고 새알보다 조금 작은데, 잎처럼 생긴 받침으로 귀중품을 곱게 싸듯이 둘러싼다. 처음에 초록색이던 열매는 익어가면서 갈색으로 변하여 딱딱해진다.


개암나무의 열매는 한자로는 진자(榛子) 혹은 산반율(山反栗)이라 하여 ‘구황촬요(救荒撮要)’나 ‘증보산림경제’에는 흉년의 먹거리로 개암이 빠지지 않는다. 동의보감에 보면 ‘개암나무 열매는 기력을 돕고 장과 위를 잘 통하게 하며 배고프지 않게 한다. 또 식욕이 당기게 하고 걸음을 잘 걷게 한다’고 하여 약재로도 귀중하게 쓰였다. 개암에는 지방유, 단백질, 당분이 풍부하여 예로부터 군것질거리로도 쓰였다. 밤과 맛이 비슷하면서도 더 고소하다. 강장 효과가 있어 몸이 허약하거나 식욕부진일 때 먹으면 좋고 눈을 밝게 해주는 성분이 들어 있다.


또 기름을 짜서 식용유로 쓰거나 등잔불을 밝히는 기름으로도 쓰였는데, 북부지방 일부에서는 잡귀를 쫓아내는 의미로 특별히 첫날밤의 신방에 개암기름 불을 켰다고 한다. 개암은 우리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에서도 식용유로 널리 쓰고 있다.


요즈음의 산에서 흔히 만나는 개암나무는 앞에 설명한 진짜 개암나무가 드물고 참개암나무가 더 많다. 참개암나무는 개암나무와 잎의 크기는 비슷하나 갸름한 달걀모양이며 잎의 윗 부분에 큰 겹톱니가 생기고 잎의 끝은 갑자기 꼬리처럼 뾰족해진다. 열매의 모양은 씨가 들어있는 부분이 굵고 통처럼 생겼는데 착 달라붙은 스판 바지를 입은 미녀의 볼기짝에서 흘러내린 각선미를 연상케 한다. 작은 받침 잎으로 열매를 감싸는 진짜 개암나무와는 전혀 다르다.

화지현리포터(womenis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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