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경남 산청의 마근담 한농 농업학교에서는 신세대 농부들의 한 판 축제가 펼쳐졌다. 심심 산골에서 공부도 하고 농약, 비료 안 쓰며 천연 농법으로 땅을 회복시켜 무공해 천연식품 및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당찬 꿈을 가진 신세대 농군들은 전교생 80명이 전부인 작은 농업 학교 학생들. 이날 부산 경남의 내·외빈과 재학생 등 150여명이 참여한의 가운데 밴드연주와 사물놀이 공연, 합창 등 다채로운 행사를 펼친 이들의 연주 솜씨는 성산 아트홀에서 공연을 가졌을 만큼 수준급이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행사를 마련한 젊은 농부들의 이 행사의 처음은 아이들이 자신들 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평소에 틈틈이 갈고 닦은 악기 연주솜씨와 춤 솜씨를 들고 창원 성산 아트홀에서 자선공연을 가진 것이 시작이 되었다. 오전에는 정규 수업을, 오후에는 농사를 짓는 아이들이 이런 행사를 준비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는지를 묻는 기자에게 지도교사는 “힘들지만 행사를 치러낸 후에 아주 뿌듯하다는 걸 느껴요. 행사를 치러내면서 더욱 성숙해 지는 아이들을 봅니다. 그러니 특별히 힘들어하거나 포기하는 아이들은 없습니다”고 했다. 행사를 지켜본 내·외빈은 공연에서 학생들이 보여준 기량보다도 처음 보는 어른에게 매일 보는 이웃어른처럼 반갑고 공손하게 인사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자신에게 수업을 해 주는 교사에게조차 인사를 하지 않고 외면하는 일이 다반사인 요즘의 교육 현실에서 특별히 누구랄 것도 없이 전교생 모두가 깍듯하고 밝게 인사하는 것 하나만 봐도 이 아이들의 인성을 읽을 수 있다”며 모두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김영실 교감선생님은 이곳 학생들은 왕따나 학교 폭력 같은 것은 아예 없을 뿐 아니라 밭에서 흙투성이가 된 운동화를 서로 빨아주겠다고 실랑이를 벌이고 마트에 있는 돈 통에 아무리 돈이 많아도 자기들이 꼭 필요한 만큼만 알아서 꺼내 쓴다며 정직하고 고운 심성의 학생들을 자랑스러워했다. 지난 해 교육부 장관의 방문에서 이미 인성교육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마근담 한농 농업학교의 교육철학이 아이들을 맑고 심성 고운 아이들로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근담 한농 농업학교는 지난 94년에 개교하여 병든 지구환경 회복과 천연 농법을 공부하며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이념을 가진 대안학교로 중학교과정과 고등학교 과정을 두고 있다. 마근담 한농 농업학교의 교육과정은 오전에는 정규 교과의 수업을 받고 오후에는 노작교육을 통해 이웃사랑과 흙의 소중함, 환경의 중요성 등을 공부하고 천연 농법을 배운다. 그리고 전교생은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악기를 한 가지씩 배우고 자신들이 직접 농사지은 유기농 야채로 식사를 한다. 공연이 끝나고 학생들이 직접 재배한 유기농 농산물로 만든 천연식이 주어져 색다른 경험을 제공했다. 행사를 지켜본 이들은 흙은 진실해서 콩을 심으면 반드시 콩이 나오지 거짓말을 하지 않아서 흙으로부터 진실함을 배운다는 지리산 산골같이 맑은 신세대 농부들에게서 무너지고 있는 학교 교육과 농촌의 미래가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