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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교육과 거짓말>을 읽고

[2002-08-08]
 
 
 
-노암 촘스키(Noam Choamsky)지음, 강주헌 옮김(2001,아침이슬) 노암 촘스키를 알게 된 것은 대학시절에 그의 언어적 천재성을 유감없이 드러낸 <통사론>이란 책을 통해서였다. 그 이후 지배결속이론 등 언어학적인 업적을 통해 거론되는 그의 이름을 틈틈히 들었지만, 그에 대한 관심은 세월 속에 무디어져 갔다. 간혹 잡지나 신문을 통해 미국의 대표적인 비판적 지식인으로서 그가 쓴 글을 접하기는 하였지만, 관심을 가지고 그의 저서를 읽은 것은 2~3년 전의 일인 것 같다. 교사로서 나름대로 교육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던 나에게 이 책은 다시 한 번 나 자신을 반성할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그것은 한 마디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보다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하는 문제, “ 교사가 진정한 지식인이 되려면 비판적 언어로 무장해서 위신과 사회적 부정 그리고 인류의 불행을 규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 끝으로 제도적 교육을 알방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비판전 시민으로 성장하여 민주주의 지평을 확대하고 차별적이고 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동참” 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이다. 이 책은 도날드 마세도의 서문과 함께 1~2장은 교육에 관한 것이고 3~5장은 미국 정부와 언론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강제해내고 있는 “불량국가”로서의 미국의 이미지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촘스키의 교육사상은 존 듀이와 버트란드 라셀의 영향력을 받고 있는 듯 하다. 즉 그의 뿌리는 좌파적 성향이라기 보다는 리버럴한 진보적 입장이다. 교육에 대한 관점도 “교육이 물로 잔을 채우는 행위와 같은 것이 아니라 꽃이 나름대로 커가도록 옆에서 돕는 것과 같다”라는 18세기 계몽주의시대의 흐름에 서 있다. 이런 촘스키가 분노하고 있는 대상은 교사, 제도권교육, 언론 및 지식인의 역할인 것이다. 그는 훌륭한 교사의 임무를 “학생 스스로 진실을 찾도록 일깨워주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학교에 대해서도 “요즘의 학교는 민주 교육을 유난스레 강조해서 오히려 의심스러울 지경”이며 “실천을 통해 민주주의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학교라면, 구태이 민주주의에 대한 상투적인 구호를 학생들에게 주입시킬 필요조자 없을 것” 이라고 꼬집고 있다. 촘스키는 지식인들의 지적인 직무유기에 관해 언급하면서 미국의 언론과 교육받은 특수계층, 즉 엘리트 계층들이 대중을 스스로의 문제조차 올바르게 결정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집단으로 조작해 나가는 과정을 미국의 남미정책, 베트남 전쟁 등을 통해 밝혀내고 있다. 더불어 지식인들이 미국의 이익을 위해 미국의 대외 정책을 지지하는 글을 발표함으로써 또는 진실에 대해 침묵함으로써 미국 이외의 적대 국가들에게 가해지는 패권적인 폭력을 모른체 하고 있다는 점에 분노하고 있다. 이와 연관하여 3장~4장은 미국의 대외정책의 가면을 벗겨내면서 신자유주의 질서 안에 시장민주주주의의 정체를 드러내고 있다. 국가와 국가라는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는 세계화가 아니라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세계화는 바로 미국의 패권주의와 일맥상통함을 엿볼 수 있다. 동유럽과 남미, 아랍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읽으면서 조선 말기부터 시작된 한국의 참담한 역사를 떠올리게 된 나 또한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 5장은 미국의 대표적 보수주의자인 존 실버(보스톤대학 총장)와의 토론을 싣고 있는데, 존 실버의 주장을 통해 “지식인이 일단 교조체제와 결탁해서 보상을 받기 시작하면, 진실을 외면한 채 거짓 속에서 살기가 한결 편해지며 역사적 증거가 뚜렷한 진실앞에서 뻔뻔스레 거짓말을 늘어놓는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을 다 일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미국의 집요하고 일관적인 대외정책이었다. 미국의 교육, 지식인, 언론과 정부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의 이익이 곧 자국의 이익이라는 목표에 철두철미하게 종사하고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작년9.11 세계무역센터 테러 사건 이후 아프가니스탄에 가해지는 무자비한 폭격, 북한도 악의 축의 하나라는 부시의 발언, F-15K의 구매과정에 대한 의혹이 하나의 파노라마처럼 뇌리 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다. 한국 또한 미국의 축소된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선다. 기업은 한국 내외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반인권적 유린행위를 스스럼없이 자행하고 있으며, 북한의 참혹한 실정에 대해 인류애적, 동포애적인 접근방법을 저버리고 냉전적 사고에 숨어 있는 위기의식을 전염시키고 있는 보수 언론들의 모습, 학벌이 판치는 풍토 속에서 경쟁력 우선의 교육정책이 마치 공평하고 절체 절명의 교육철학인 듯이 선전해 대고 있는 모습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이에 무기력해진 교사들은 현실에 무관심하거나 아무런 비판 의식 없이 살아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촘스키의 말처럼 “현재의 학교교육 체계가 학생들에게 거짓을 가르치고”있으며, 나 또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적당히 학교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보다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 보다 더 인간적이고 남을 배려하는 세상을 만드는 곳이라는 헛된 신화를 창조하는데 동참하고 있다는 자책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고혜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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