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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STORY-7] 독일통일과 여성

[2000-12-28]
 
 
 
1989년 11월,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그리고 독일은 이듬해 10월 통일됐다. 동.서독은 비교적 오랜 기간동안 활발한 교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일 이후 사회 곳곳에서 갈등이 불거졌다. 특히 여성의 지위, 그중에서도 옛 동독 여성의 지위는 크게 변했다. 동독의 경우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영향으로 여성 취업률이 91.2%, 노동인구의 49%가 기혼여성일 정도로 여성 경제활동인구가 많았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하다보니 이를 뒷받침해주기 위한 보육시설도 체계적으로 발달했다. 동독은 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국영으로 종일제 유아원과 유치원을 설립하고 유아원을 의무교육화했다. 반면 옛 서독 여성의 취업률은 57%선이었고 가계수입 비중은 18%로 옛 동독 여성의 37%에 비해 절반 수준이었다. 그러나 통일 이후 동독 여성의 상황은 급변했다. 실업률은 13배로 늘어났고 국가에서 경영하는 탁아소가 자본주의적 영리경영으로 전환되면서 탁아비도 크게 올라 이를 감당하지 못한 여성들이 직장을 버리고 육아에 전념해야 했다. 이런 영향으로 통일 이후 옛 동독 여성들은 임신을 기피하기도 해 “임신 파업”이라는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 정현백 성균관대 역사학과 교수는 “전체적으로 옛 서독여성들은 통일 이후 여성정책면에서 과거에 비해 많은 혜택을 본 반면 옛 동독여성의 지위는 형편없이 열악해졌다”며 독일 통일의 최대 피해자로 “옛 동독여성”을 꼽는다. 여성운동가들 사이의 갈등도 노출됐다. 자유주의 페미니즘과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차이가 서로에게 인정되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의 단점을 지적하는 방향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동.서독 여성들은 통일로 서로의 운동이 도약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 전까지 해오던 운동방식이 너무 달랐기 때문에 오히려 갈등만 커졌을 뿐이다. 동독의 여성운동은 남성과 함께 하는, 위로부터의 여성해방이었지만 서독의 여성운동은 아래로부터의, 그리고 다분히 자유주의적인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동독 여성들이 경제에 참여하는 자기성취를 과제로 삼으며 위로부터 주어진 조용한 해방을 이뤄온 반면 서독 여성들은 사회 모든 부문에서 비판적 논쟁이나 투쟁적 방식을 이용해 왔었다. 서독여성들은 동독여성들이 사회참여 비율은 높았지만 행정 정치 경제 분야에서 고위직에 오른 여성은 4%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독일통일 이후 있었던 많은 갈등에서 여성들조차 자유롭지 못하고 서로의 골을 확인해야만 했던 것이다.

최애리/여자와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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