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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STORY-6]러시아혁명 위로부터의 여성해방, 이상에 그친 남녀평등

[2000-12-14]
 
 
 
“소비에트가 집권한 지 2년만에 유럽의 최후진국들 중의 한 나라가 여성해방을 위해, 전세계의 모든 선진.계몽.민주 공화국들이 지난 130년간 수행해 온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이룩했다.” 러시아 혁명 2주년을 기념해 레닌이 한 이 말처럼 계급해방. 인간해방을 주창한 러시아혁명은 과연 여성의 지위를 크게 향상시켰다. 여성지위의 발전 정도도 가히 혁명적이었다. 소비에트에서는 여성의 종속을 가져오던 법률을 모두 철폐하고 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부여했다. 동일노동.동일임금의 원칙이 강조됐고 이혼의 자유가 보장됐는가 하면 재산법과 상속법도 남녀 평등적인 차원에서 제정되었다. 이는 자본주의의 일부일처제를 여성억압과 차별,애정없는 결혼으로 규정하며 여성들의 권리를 주장한 엥겔스,베벨,마르크스,레닌의 여성관에 힘입은 바 크다. 소비에트는 법적 정비에 그치지 않고 서기국 산하에 “제노텔”이라는 여성부를 신설해 여성의 지위향상에 힘썼다. 주부로서,어머니로서의 여성을 해방시키기 위한 가사노동의 사회화도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같은 변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러시아는 당시 내전으로 경제난을 겪었고 실업문제도 심각했다. 1922년 17만5천명이던 실업자가 1925년 124만명으로 늘어났다. 미숙련공들이 첫번째 해고대상자였고 대부분 미숙련공이었던 여성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어야 했다. 동일노동.동일임금을 비롯한 여성노동자 정책은 후퇴했고 가사 공동시설들도 쇠퇴했다. 혁명 초기 여성을 가정에서 해방시키려던 소비에트는 이제 다시 여성들을 가정으로 돌아가도록 만들었다. 거의 사라졌던 매춘도 다시 부활했다. 제노텔은 1924년 이후 축소됐고 1930년에 해체됐다. 스탈린체제가 되면서 더 심해졌다. 스탈린은 가사와 육아는 여성의 일이라고 여겼고 체제 안정을 위해 보수적 논리를 강화했다. 스탈린의 정책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유고슬라비아 베오그라드대학 철학교수인 미하일로 마르코비치는 “여성해방과 인간해방”이라는 글을 통해 “혁명 초기 여성을 위한 각종 법이 제정됐지만 현실은 법적인 수준에 미달했고 가족 내에서의 권위주의적인 인간관계는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아 여성들은 여전히 소외됐다”고 짚었다. 가사노동으로 인한 이중고도 여전했다고 주장했다. 정현백(성균관대 역사학과)교수는 여성지위가 이같이 추락한데 대해 “위에서부터 시작된 여성해방적 조치의 한계”라고 평가한다. 레닌의 정책이 스탈린에 와서 후퇴해 “사유재산이 철폐되고 계급이 사라지면 진정한 남녀평등이 이루어진다”던 엥겔스의 주장은 이상에 머물러 버렸다.

박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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