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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라린 기억의 전쟁’에서 벗어나자
과거청산 중요하나 동아시아 국가간 유대에도 중요
[2005-06-09]
 
 
 

프랑스 서북부에 위치한 알자스-로렌 지방은 근현대사에서 가장 복잡한 역사를 가진 곳 중 하나이다. 이 곳은 원래 프랑스령에 속했으나 1870년 벌어진 보불전쟁에서 독일의 전리지가 되었고, 양차대전을 거치면서 무려 세 차례나 주권이 변경되었다.

 

그 결과 알자스-로렌 지방은 프랑스와 독일의 역사적 대립을 상징하게 되었고, 특히 프랑스는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양시키기 위해 이 지방에 관한 역사 교육에 큰 관심을 기울여 왔다. 제2차 세계대전의 총성이 멎은 후, 이 지역에 풍부한 석탄, 철광석 등의 중요성이 다시 대두되었고, 프랑스는 독일이 이 지역을 점령하여 재군비에 착수할 가능성을 염려했다.

 

그래서 프랑스는 이 지역의 전략 자원을 유럽 차원에서 공동 관리하는 ‘유럽석탄철광공동체(ECSC)’의 창설을 주도했고, ECSC는 현재 유럽연합(EU)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프랑스의 노력은 알자스-로렌 지역에 대해 상호 대립적 접근이 아닌, 상호 협력적 접근을 시도한 것이며, 결과적으로 EU라는 전방위적 협력 공동체가 탄생하는데 가장 크게 기여했다.

과거의 둘도 없는 앙숙이었던 프랑스와 독일은 현재 유럽통합운동에 있어서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국가가 되었으며, 양국의 신뢰와 협력 또한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과거의 대립적 역사를 뒤로하고, 미래지향적으로 접근한 결과이다.

 

최근 독도 문제가 한일 관계의 전면에 등장하면서 월드컵 동시개최, 한쪾일 우정의 해 등의 구호는 온데 간데 없고, 양국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어 있다. 한국인들이 보이는 극심한 반일 감정은 일정 부분 과거 식민지 경험에서 유래한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대한 인식 혹은 대 아시아 인식도 일본이 2차 대전 당시 아시아주의를 표방하며 대동아 공영론을 아시아 민족들에게 역설했지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결국 패전했던 역사적 기억에서 일정부분 유래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한국과 일본은 역사적 기억의 전쟁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이 역사적 대립을 뒤로하고, 협력하여 유럽역사의 신기원을 열었듯이, 한국도 일본과 그럴 수는 없을까?  물론 과거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반성은 국가 간 관계의 기본이다.

그러나 지역통합과 같은 새로운 국제정치 경제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감성적 민족주의 속에 매몰되어 버린다면, 현 정부가 바라는 동북아의 허브 또는 균형자로서의 한국상은 요원할 뿐이다.

 

 한일 관계에서 과거 역사의 청산도 중요한 문제지만, 그와 동시에 동아시아 국가들 간 유대감과 공동체의식을 추구하는 목소리도 들려야 한,일 관계의 미래는 밝다.

/고혜정기자(womenis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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