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소급입법 화학적 거세' 말잔치, 냄비근성 우려

1년전 등교하던 8살 여아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권이 한입처럼 아동 성폭력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정운찬 국무총리 지명부터 갑작스레 들고 나온 세종시 수정론에 파묻혀 대부분의 민생 현안들은 뒤로 밀리고 말았다.

죽고 살기로 매달린 권력다툼에 정기국회와 임시국회를 거듭하면서도, 중계방송식 보도에 그치는 언론에 이름 석자라도 나올 만한 생색내기 정치 공방전에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한해동안 드러난 성폭력 사건이 1만여건에 달하고, 결코 이와 무관하지 않을 퇴폐적인 성문화와 퇴폐업소가 넘쳐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집권 2년을 넘긴 정권은 권력의 안위를 위한 사정 강화에는 행정력을 모으면서도, 정작 국민의 기본적인 생명과 어린이, 가정의 안전 은 지켜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낮에 자기집 안방에 있던 13살 소녀가 납치돼 성폭행 당하고 살해된 뒤 알몸으로 유기되는 일이 일어나고서야 대통령과 정부는 물론 정치권 전체가  1년만에 또다시 말잔치를 벌이고 있다.

성폭력 범죄자에게 전자발찌 부착을 위한 소급입법 추진, 재범율이 높은 성범죄자들에게 약물주입으로 성충동을 억제시키는 화학적 거세론 등 자주 들어왔던, 그러나 전혀 입법이 완료되지 않는, 그래서 듣기 식상한 1회성 구상들을 대책이라고 쏟아 내고 있다.

요즘 인기 개그프로에는 "국가가 나에게 해 준 게 뭐 있어?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외침이 있다. 극중 취객이 파출소 순경에게 내뱉는 말처럼 연기하지만 되새겨 들어야 할 대목이다.

2년 전 촛불시위를 비롯해, 지난해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시의 추모행렬을 보면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퍼져있는 정권에 대한 냉소와 불신을 이겨내려면, 정부는 다시 한 번 자세를 바로잡고 아동 성폭력 범죄 대책만큼은 확실하게 만들어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아이들과 청소년을 사랑한 할아버지 대통령"으로 기억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6.2 지방선거, 2012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 12월 대통령 선거에만 눈독을 들이는 정치권에 이 만큼 확실한 득표용 의제가 또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