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나쁜 미래를 상상하지 않는다. 토요일에 자동차를 빌려달라고 친구에게 부탁했다고 하자. 친구가 빌려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 토요일 전에 전화해서 확인하지 않는다. 그냥 친구가 토요일에 빌려준다고 믿어버린다. 하지만 금요일 저녁에 친구가 차를 빌려주지 못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 정말 난처하다.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난다. 근래 나는 방을 구하려고 고시텔에 전화를 했다. 주인은 다음 주 월요일 저녁에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그 때 들어가겠다고 했다. 주인도 괜찮다고 했다. 일단 방을 구했으니 다른 것을 준비했다. 은근히 주인의 말을 믿어버렸다. ‘월요일 저녁에 들어갈 수 있겠지.’ 하지만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일요일 오후에 전화했더니 주인은 금요일 저녁에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즉 4일이나 기다려야 한다. 4일을 다른 곳에서 지내려면 돈을 얼마나 써야 할까? 그렇다고 다른 방을 당장 구할 수 없었다.

자기가 계획한 것과 반대되는 상황을 상상하기 싫어한다. 그래서 사고가 터지면 매우 당황한다. 그런 상황을 예상하지 않았으니까. 차라리 계획할 때, 계획과 반대되는 상황까지 고려하여 계획하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선거에 적용해보자. 요즘 유권자는 매우 영리하여 후보자의 공약을 잘 믿지 않는다. 그러면 후보자가 공약을 지키지 않았을 때, 유권자는 무엇을 할까? 우리는 좀처럼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후보자가 공약을 실천하지 않으면 그냥 후보자를 욕하고 만다. 선거 전에 후보자에게 솔직하게 물어보자. 공약을 실천하지 않았을 때, 당신은 무엇을 할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