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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못생긴 내가 닮고 싶은 꽃을 그려요”

구필화가 박성미 씨       

▲ 화실에서 활짝 웃고 있는 박성미 씨

“그림이 너무 그리고 싶은데, 몸이 마음처럼 안 움직여주니, 생각해낸 것이 입으로 그리기 였습니다”


구필화가 박성미(여ㆍ27)씨는 뇌병변장애 1급이다. 홀로 몸을 가누기도 힘든데, 그림을 그리다니 대단하다. 그녀의 열정만큼이나 작품도 수준급이다. 지난해에는 첫 개인전을 대우백화점에서 열기도 했다.


그녀는 창원 신촌에 있는 홍익재활원(구 풀잎마을)에서 23년간 생활해오다 최근 마산 가고파 오피스텔 아자체험 홈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풀잎마을에 있을 때 의령 은광학교로 통학하면서 처음 그림을 접했다. 당시에는 그림이 뭔지도 몰랐다는 성미 씨는 입으로 붓을 물고 자신이 원하는 곳에 터치를 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가누기 힘든 몸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아 몸살도 많이 앓았단다.


그러다 그녀는 고교 2학년 때 전국장애인 문화예술제에 나가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게 된다. 최근에는 창신대학 실용미술디자인학과에 입학해 비슷한 소질의 학우들과 함께 그림의 기초와 이론을 배우고 있다. 박성미 씨는 그동안 한문주 씨, 서양화가 박두리 교수 등 전문가들로부터 그림을 배우기도 했다. 


박 씨를 지도했던 박두리 교수는 그녀의 재능에 대해 “그림 속에 주제를 잘 풀어내고, 미적 감각과 조형성이 풍부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2년 동안 박 교수의 개인지도를 받은 박 씨는 최근 수채화에서 아크릴화로 주종목을 바꿨다. 그 이유에 대해 박 씨는 “아크릴은 제 적성에 딱 맞아요. 우선 색깔의 수정이 가능하니까 엄청 편해요”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박 씨에게는 채색이나 스케치가 잘못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수채화는 그럴 경우 수정이 불가능하지만 아크릴 화는 언제든 덧칠이 가능해 수정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수정가능한 아크릴 화 즐겨 그려
그녀가 가장 애착을 갖는 작품은 ‘하루여행’이라는 대형 그림이다. 한 달 걸려서 완성한 이 작품은 그녀가 친구들과 함께 부산해운대에 놀러갔다가 머릿속으로 스케치해놓은 것을 집에 돌아와 화폭에 옮긴 그림이다. 세상 속을 자유롭게 날고 싶은 그녀의 열망이 담긴 그림이리라. 

▲ 박성미 씨가 입에 문 붓으로 세상을 그려내고 있다

그녀의 그림에는 유독 꽃 그림이 많다. 해바라기 꽃을 가장 좋아한다는 그녀에게 꽃 그림을 많이 그리는 이유를 묻자 돌아오는 대답이 수줍다.

 “제가 너무 못생겼잖아요. 그렇지만 꽃은 너무 예쁘잖아요”

예쁜 꽃을 형상화해서 일까. 그녀의 그림 속 꽃은 대부분 상상의 꽃이다. 배경 또한 점진적으로 색깔이 옅어지거나 흐려지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이 많다.

비구상 작품을 주로 그리는 그녀는 색깔의 변화를 주는 배경처리에 대해 ‘그냥 좋아서’ 그렇게 그린다고 했다. 간혹 학교에서 교수님들이 못 그린 것은 못 그렸다고 지적할 때 솔직히 마음은 아프지만 자기 방식도 고집하고 싶단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별명은 ‘빈센트 반 고흐’이다. 마침 그녀의 방 달력도 고흐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고흐라는 별명의 이유를 묻자 박 씨는 “제가 기분 내키는 대로 한 대요. 고흐처럼 자유분방하다고 그런 별명을 붙였나 봐요”라고 말했다.


최근에 그녀는 인터넷 그림 동호회에 가입해서 다른 사람들의 그림 기법을 배우는 등 세상과의 미술교감도 활발히 하고 있다.  


학교는 금요일 빼고 매일 나간다. ‘아자’ 장애인 가족에서 차량 지원을 해주는데, 혼자서는 바깥 활동을 할 수 없는 환경이 안타깝단다.
“창원에 살 때는 장애인 택시도 있었는데, 지금은 리프트도 안되고, 차량도 많이 없어 아쉬워요. 장애인들도 얼마든지 바깥활동을 할 수 있는데, 세상은 너무 무심해요”
그녀는 인터뷰 중간중간 그림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장애인으로 사는 삶에 대한 생각을 많이 피력했다.  

장애우들의 바깥활동 돕고 싶어

“장애인들도 밖에 나가서 사회생활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절실해요. 남들이 볼 때는 장애인들이 독립을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우리 장애인들도 바깥활동을 많이 해서 사람들 눈에 많이 띄어야 해요. 그래야 인식이 개선될 수 있죠”


활발한 사회생활을 꿈꾸는 박 씨는 상담사도 하고 싶단다. 이번 주말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러간다는 그녀는 “장애의 몸으로 영화를 본다는 게 쉽지가 않아요. 화장실가기도 힘들고, 계단 오르내리기도 힘들죠. 휠체어를 이끌고 스크린가까이에 앉아야 하니까 고개도 많이 아파요”


그렇지만 주말 야외 나들이가 너무 설렌다는 박성미 씨의 만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해맑고 순수한 영혼이 반영된 그녀의 작품 활동이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윤성환기자(womenisnews@hanmail.net)

2007-12-05 오전 11:36:00, HIT : 1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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