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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우먼파워 엿보기! - 언론계, 파워우먼 편집국장에서 사장까지...
다른분야에 비해 위상이 낮고 남성의 벽 아직 높아 극복과제 최근 두 지상파 방송사의 드라마에 여기자들이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SBS가 지난 3월1일부터 방영하고 있는 <2004 인간시장>에서 인터넷 매체 기자로 출연 중인 ‘오다혜’(박지윤)와 지난 4월21일부터 방영 중인 MBC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서 방송사 여기자인 ‘이신영’(명세빈)이 그 주인공. 이전 <모래시계> 등 여러 드라마에 ‘여기자’가 스테레오 타입으로 일관했다면 이들 드라마에서는 좀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또 다른 경우, 지난 1월29일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는 이색행사가 열렸다. KBS 여성협회가 양성평등 인식을 공유하고 실천하고자 처음 마련한 ‘제1회 남성상’ 시상식. 유병돈 수원연수센터 차장이 첫 번째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유차장은 “여성들을 배려하고 동등하게 생활하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점을 높이 평가해 상을 주는 것이 비정상적인 것 아닌가”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홍보실에 근무할 당시 방송담당 기자들이 대부분 여자라는 사실에서 ‘생소’하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 양성평등을 실천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의 말에서 현재 언론계에서 여성의 지위와 위상을 읽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앞서 언급한 두 경우는 한국 언론계의 여성들에 대한 시각을 대변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 등장할 정도로 언론사에 들어오는 여성들은 수적으로 증가했으며 언론사 사장에서 편집국장, 논설위원에 이르기까지 고위직으로의 진출도 활발해졌다. 여성-남성의 이분법적 구도하에 취재영역을 정했던 과거의 관행도 차츰 희석되고 있으며 전장과 같은 위험한 지역의 취재는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이제 여성들도 취재수첩과 카메라를 들고 종군기자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계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여성의 위상이나 지위가 도드라지게 높아진 것은 아니라는 게 현직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지적이다. ‘기를 쓰고 버텨야만’ 남성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날 수 있는 환경은 여전히 여성들에게 높은 벽이다. 사회에서 여성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음을 일반 대중에게 알리곤 했던 언론계는 정작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지 못했다. 말과 글만 앞섰지 행동은 굼떴던 셈이다. 공고하게 짜여진 남성들만의 카르텔은 여성들의 웅지를 꺾은 채 변화를 거부하고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언론계 내부에는 변화의 기운이 본격적으로 싹트기 시작했다. 장명수씨(현 한국일보 이사)가 1997년 여성으로는 최초로 종합일간지 주필이 됐으며 1999년에는 ‘파격’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사장자리에 올랐다. 여성이 기자직에 발을 들인 이후 언론사 사장자리에 오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80여년. 1883년 10월 창간된 <한성순보(漢城旬報)>의 유길준이 근대적 의미에서 한국 최초의 기자로 출발한 이후 여성으로 ‘기자’가 된 첫 번째 인물은, 시사저널 1992년 9월17일자 문화면 정진양 한국외국어대 교수의 글에 따르면 1920년 9월 <매일신보>에 입사한 이각경씨(당시 명칭은 ‘부인기자’였다)다. 예전에 최초로 알려졌던 최은희씨(1924년 <조선일보> 입사)보다 4년 앞선 경우다. 그리고 김운라 KBS 창원방송 총국장이 지난 2002년 2월 여성으로는 최초로 지방방송사 경영을 책임지는 총국장을 맡았다. 창원총국은 KBS 9개 지방총국 중 하나로 총국장은 ‘KBS 지방방송사’의 사장 격이다. 임영숙 <서울신문> 주필(이사대우)은 2003년 종합일간지에서 두 번째로 여성 주필이 됐으며 현재 한국여기자협회장을 맡고 있다. 이밖에 김선주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홍은주 MBC 해설위원, 전복수 KBS 경제부장, 윤혜원 연합뉴스 논설위원, 홍은희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위원, 박성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권태선 <한겨레신문> 편집부국장, 도난실 <경남신문> 경제부장, 박선이 <조선일보> 문화부장, 류숙렬 <문화일보> 여성전문위원(부장), 김경자 <매일경제신문> 교열부장 등이 간부급을 형성하고 있다. 김경희 <일간스포츠> 이사대우 대기자는 스포츠신문 최초의 여성 편집국장이란 타이틀을 가지기도 했다. 이들은 언론계에서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데 일조했으며 모든 여기자 후배들에게 희망의 표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언론계 우먼파워를 언급할 때 각 언론사의 특파원들도 빼놓을 수 없으며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종군기자로 나선 이들이다. 지난 걸프전 당시 중동지역 국가에서 “이진숙 기자가 아니면 비자를 못 내준다”고 했을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중동지역 전문기자인 이진숙 특파원은 지난해 이라크전에서도 유감없이 취재력을 발휘했다. 또 지난 3월 <세계일보> 이의란 기자가 자원해 이라크 내 생생한 현장소식을 전했으며, <동아일보> 허문명 기자는 오는 6월 말 이라크로 출동할 예정이다. 위험지역을 종횡무진 누비는 이들로 인해 여기자에 대한 언론계 통념도 서서히 바뀌고 있다. 방송사 프로듀서(PD)나 앵커 부문에 여성들의 진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일부 언론의 경우 여성들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서울신문>은 지금까지 5명의 여성들이 논설위원을 역임했으며 <한겨레신문>에는 여성만의 조직인 ‘한겨레 여성회’가 조직돼 있다. 여기자에게 주어지는 상도 있다. 고 최은희씨가 평생 절약해 저축한 원고료를 기금으로 1983년 제정된 ‘최은희 여기자상’(조선일보 주최)은 올해로 21회째를 맞이했다. 지난 3월에 사단법인으로 전환하며 한국여기자클럽에서 이름을 바꾼 한국여기자협회는 지난 1월 ‘올해의 여기자상’을 처음 시상했다. 여기자협회는 현재 500여명의 회원이 있다. 아직 갈길이 멀다. 그러나 가야 한다. 뒤늦게나마 언론계가 참회하기 시작한 것일까. 여기자들에게도 ‘아니무스’(여성에게 내재된 남성성)를 강조하던 풍토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아니마’(남성에게 내재된 여성성)도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개인의 안과 밖에서 남성적 힘과 여성적 힘이 조화롭게 상호작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던 융의 이론을 뒤늦게 받아들인 양 시대의 변화는 언론계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줬다. 여성들의 언론계 진출이 활발해진 요인으로 정보기술(IT)의 발달을 꼽는 보고서도 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 2000년 정보ㆍ오락산업과 정보기술이라는 주제로 펴낸 한 보고서는 IT 발달과 함께 여성의 언론계 진출도 크게 증가했고, 그 사례로 포르투갈에서 80년대 전체 언론인의 20%에도 못미쳤던 여성이 90년대 말에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김경자 <매일경제신문> 교열부장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3년 10월 현재 중앙일간지와 방송ㆍ통신사 기자 4,990명 가운데 여성은 12.5%인 625명. 전체 간부 1,804명 가운데 차장급 이상은 총 119명으로 6.6%, 부장은 6.2%, 부국장은 5.8%, 국장 3.8%, 임원 4%, 위원 9.1%에 그쳤다. 여전히 미진한 수치다. 방송사의 경우 한국언론재단의 조사(2003년 3월)에서 여성 인력은 12.7%에 불과하며 임원급은 3%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들의 언론계 진출이 활발하게 보이는 것은 방송이 대중에게 크게 어필하면서 방송계 여성 종사자들이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착시효과를 불러왔다는 지적도 있다. 아직 언론계 여성들의 지위나 위상이 다른 분야에 비해 낫다고 하기는 어렵다. 장명수 이사는 “한 언론사에서 여성이 고위직에 오르면 보도에 따른 파급효과도 있고 자극이 된다”며 “무엇보다 사회의 인식변화가 가장 중요하며 후배들이 든든하게 잘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여성들이 고위직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언론계에서 여성의 숫자가 늘었고 예전에는 여성은 문화ㆍ생활부에 국한돼 기회가 한정됐으나 지금은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고 있다”며 “전체적인 흐름은 좋아졌다기보다 예전과 달라졌고 언론사에 여기자의 수가 늘어난 것 외에는 위상이 크게 나아진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 이김준수ㆍ미디어오늘 기자 jslyd012@mediatoday.co.kr

황미영기자(.)

2004-05-21, HIT : 1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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