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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14] 여성의 역사를 남긴 사람들-권유한당

부부를 인륜의 으뜸으로 여성교훈서 「언행실록」 지어

번역서, 신도들의 신앙심을 일으키는데 중요한 역할

 


권유한당(權柳閑堂)은 천주교 초기의 중요한 인물인 권일신(權一身)의 딸이다. 권일신에게는 4남매가 있었는데 권유한당은 그 세 번째로 생각된다. 한국 가톨릭 여성사에 특별한 신앙생활과 덕행을 실천했던 권데레사가 그 여동생이며 동정부부 생활을 했던 이루갈다는 이종사촌이었다. 따라서 권유한당은 당시 가장 대표적인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할 수 있다.


천주교 집안에 태어나,

「천주실의」 한글로 번역

 

권유한당은 남편 이벽(李檗, 1754~1786)의 내조를 잘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벽은 천주교의 중심인물로서 1784년 이승훈(李承薰)이 북경에서 가져온 책을 얻었다. 서울 수표교의 집에서 몇달 동안 서학서인 「천주실의」, 「칠극」 등을 연구하였다. 그런데 그 때 부인 권유한당이 이 책을 한글로 번역한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짐으로써 권유한당은 한국 천주교사에 중요한 인물로 부각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권유한당이 한국 천주교사에서 갖는 의미는 「유한당언행실록(柳閑堂言行實錄)」에 의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그녀의 숙부인 권철신(權哲身)은 권유한당과 그 책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평가하였다.

 

“견문 박학하고 규범 내측(內側)이 수범하더니 그 말들을 기록하였구나. 「유한당언행실록」의 내용은 무비가언(無比可言) 선행의 목적이다.”

권유한당의 인물됨을 잘 지적하고 책의 중요성을 말한 것이다. 조선조 여성에게 ‘견문박학’ 이란 말은 대단히 드물게 쓰는 특이한 표현이다. 이 말을 대학자(大學子)인 권철신이 썼다는 것은 그녀의 활약상이 특출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마음에서 선과 악이 생기고 만사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이 생긴다


권유한당이 집필한 언행실록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마음 가지는 법’ 이다. 인간의 모든 행실의 근본은 마음이다. 마음은 형체도 없으나 복을 일으키는 근거다. 마음에서 선과 악이 생기고 만사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이 나온다. 마음이 진중하면 오래 살고 마음이 조급하면 단명한다. 이 항목은 조선시대의 다른 책과 달리 종교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두 번째는 ‘용모 가지는 법’ 이다. 일반 부녀자들을 위한 것으로 대단히 자세하고 섬세한 점까지 지적하고 있다. 용모가 깨끗하고 단아한 부인을 연화에 비유하고 있다. 연꽃이 비록 진흙에서 태어나지만 흙이 묻지 아니하고 모습이 화려하여 꽃 가운데 군자라고 하였다.

 

세 번째는 ‘몸 가지는 법’ 이다. 여성의 동작과 그에 따른 예의범절을 서술하였다. 여성들의 전형적인 몸가짐인 칠거지악(七去之惡)과 삼종지도(三從之道)를 교훈하였다. 특히 삼종지도는 여자의 마음이 좁고 성격이 편벽되어서 모든 일을 여성이 마음대로 하게되면 망국패가(亡國敗家)한다고 하였다. 유교적이고도 전통적인 관념이라 하겠다.

 

네 번째는 ‘말하는 법’ 이다. 흉한 말은 옮기지 말고 좋은 말만 전해야 한다. 어두운 밤에는 사귀(邪鬼)와 도둑과 죽이는 일을 이야기하지 아니한다. 비와 바람을 탓하지 말며 옷을 단정히 입고 천주를 공경할지니라 등이 쓰여있다.

 

다섯 번째는 ‘기거(寄居)하는 법’ 이다. 주로 부모와 웃사람을 대할 때 부녀자로서 지켜야 되는 예법(禮法)을 자세하게 교훈하고 있다.

 

여섯 번째는 ‘거가(居家)하는 법’ 이다. 천주께서 말씀하시기를 십년의 계교로는 나무를 심고 일년의 계교로는 곡식을 심으라 하셨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이 말씀을 잊지 말고 명심하여 행하라. 평생에 유익할 뿐만 아니라 세계에 명예가 있으리라. 이 글 가운데 ‘십년 계획에 나무를 심고 일년에 곡식을 심는다’ 는 내용은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말이다. 이를 작자는 ‘천주의 말씀’으로 인용하고 있다. 돈독한 신앙심의 결과라고 생각된다.


자식을 바른말·재밌는 말로 교육하라


일곱 번째는 ‘처녀 수신하는 법’ 이다. 보석을 갑 속에 감추어 둔 것과 같이 남이 알지 못하게 조심하라는 교훈이다.

 

여덟 번째는 ‘출가하는 법’ 이다. 여러 가지 예절을 설명하고 혼인의 중대함과 평등한 관계에서 맺어지는 부부간의 신의를 강조했다.

 

아홉 번째는 ‘가장 섬기는 법’ 이다. 이 내용은 유교의 윤리관과 같아서 천주교가 가부장(家父長) 성향임을 확인할 수 있다.

 

열 번째는 ‘부모 섬기는 법’ 이다. 부모를 섬기는 도리는 효도가 으뜸이라 하였다. 즉 부모가 마음이 즐겁고 의식주에 부족함이 없이 해드려야 한다고 했다. 특히 시부모를 정성 되이 모시며, 살림살이나 재산을 시부모의 허락을 얻어서 사용해야 된다고 하였다.

 

열한 번째는 ‘자식 교육하는 법’ 이다. 부모가 자식을 항상 데리고 앉아서 바른 말과 재미있는 말로써 교육하면 자연적으로 부모와 자식간에 공경과 사랑이 생긴다고 하였다. 이 ‘자녀교육법’ 은 다른 여러 교훈서에는 없고 이 「언행실록」에만 있는 독특한 것이다.

 

열두 번째는 ‘며느리 교훈하는 법’ 이다. 여성이 결혼하면 새 가족을 만나 가칙(家則)을 배워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이 역시 다른 교훈서에는 없는 조목이다.

 

권유한당은 한문으로 된 천주교서를 한글로 옮기는 일에 타고난 재능을 보였다. 특히 문장이 아름답고 섬세한데다 글씨도 깨끗하였다. 이 번역서들은 복사되어 널리 전파되었다. 교재도 성물(聖物)도 빈약했던 천추교 창립기(創立期)에 이 책은 신도들의 신앙심을 일으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자료정리/최경연기자

2006-07-21, HIT :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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