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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용기 있는 여자 다말

 


          
다말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아니 뭐 이런 사람을 소개했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말이 살았던 그 시대배경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말은 시아버지와 관계를 맺은 ‘파격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최대한의 지혜와 강한 용기, 중요한 결단을 한 것이다.       /편집자 주

다말과 가나안 사람들
예수의 가계도에 등장하는 첫 번째 비정상적인 관계가 유다와 다말의 관계이다. 도대체 둘은 어떤 사이였을까?
한마디로 다말은 유다의 큰며느리였다. 다말은 가나안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방인인 다말이 어떻게 해서 유다 집안의 며느리가 되었을까. 히브리인들이 이방인들과 자유로이 결혼했다는 사실이 있지만, 이 문제를 짚고 넘어보도록 하자.


유대인들이 이집트에서 탈출하여 도망한 곳이 ‘약속의 땅’ 가나안이었으니, 가나안 사람들은 그 지역의 원주민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유대인들이 가나안인들을 정복하면서 두 종족은 오랜 싸움 끝에 원수지간이 되었다. 게다가 유대인들은 야훼의 비호하에 가나안인들을 ‘인종 청소‘하는 악행을 범하였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결코 가나안 사람들을 완전히 멸망시킬 수 없었다. 그들은 계속 번성하였고, 특히 그들의 우상 숭배 의식은 유대인들을 유혹하였다. 유대인들은 가나안에 정착한 후에도 가나안인들과 계속해서 경쟁해야 했다. 가나안인들을 전멸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유대 지도자들은 가나안인과의 결혼을 금지하였다.


그러나 <신명기>의 이 금지는 지켜지지 않았다. 수많은 유대 지도자들이 이방 여자와 결혼했다. 모세는 미디안족 여자 십보라와 결혼했고, 야곱의 아들 요셉은 이집트의 제사장 딸과 결혼했다. 다말의 시아버지인 유다도 가나안 사람 수아의 딸과 동침하여 엘과 오난, 셀라를 낳았다.
유대인들이 이방인과의 결혼을 엄격하게 금하게 된 것은 기원전 5세기다. 기원전 458년에 예언자 에스라가 <신명기>기록을 내세우며 유대인들에게 이방인과 결혼하지 말 것이며, 이방인 아내를 두고 있는 자는 이혼하라고 강요한 것이다.

 

그런데 <신명기>의 최종판이 만들어진 것은 기원전 400년경이다. <신명기>에 이방인과 결혼하지 말라는 구절이 있는데, 왜 구약의 수많은 영웅들은 이방인과 결혼했을까? 거꾸로 말하면 구약의 수많은 영웅들이 이방인과 결혼했는데, 왜 <신명기>에는 이방인과 결혼하지 말라는 구절이 있을까?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신명기>의 구절이 원래 모세 당시에 있던 것이 아니라. 최종판이 만들어진 시기에 첨가되었을 수 있다.

 


역사에서는 이런 일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스파르타인들은 전설적인 인물인 뤼코르고스가 스파르타의 법과 제도를 만들었다고 믿었으며, 아테네인들은 솔론이 아테네의 중요한 법을 만들었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기원을 정확히 알 수 없는 법이나 제도, 심지어 후대에 만들어진 것조차도 뤼코르고스나 솔론의 몫으로 돌렸다. 법이나 제도의 기원뿐만 아니라 전설적인 영웅의 존재도 허구일 때가 많다.

 


이런 가능성을 볼 때 모세의 영웅담도 후대에 각색되었을 수가 있고, 그가 만든 십계명 또한 후대에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다음으로 비록 <신명기>에 그런 규정이 있지만, <신명기>가 유대인들의 생활에 별 영향을 끼치지 못했을 수 있다. 실제로 유대의 요시아 왕(기원전 640∼609)은 예루살렘 성전을 보수하다가 <신명기>를 발견했고, 이것을 계기로 대대적인 종교 개혁에 착수하였다. 이 사실을 거꾸로 뒤집어 보면 요시아 왕 이전에 <신명기>라는 책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모르고 지냈다는 뜻이 된다. 이런 추리들은 앞에서 설명한, 바빌론 유수 이전에는 유대인들 가운데 소수만이 야훼를 믿고 있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기도 하다.

 

 

시아버지 유다를 선택한 다말의 고뇌
다말의 남편인 엘은 악행을 범하여 하느님에게 벌을 받아 일찍 죽었다. 형이 죽을 경우 동생이 형수와 결혼하여 사는 유대의 관습에 따라서 유다는 둘째 아들인 오난에게 형수를 취하라고 명하였다. 그런데 당시 유대인들의 관습에서 동생이 형수와 관계를 맺어 태어난 자식은 동생의 자식이 아닌 형의 자식으로 간주되었다. 오난은 자기가 애써 자식을 만들어주어도 그 자식이 자신의 후손이 되지 않고 형의 후사가 된다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형수와 관계를 맺을 때 속임수를 써서 형수가 임신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하느님은 오난이 사악하고 욕심이 많다고 여겨 또다시 오난을 죽였다.

 

아들을 둘씩이나 잃은 유다는 크게 상심하였다. 관습에 따른다면 이제 오난의 동생 셀라로 하여금 다시 다말을 취하게 하여 오난의 대를 잇게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한단 말인가? 다말과 원만한 관계를 맺지 못하면 하느님이 셀라까지 죽이실 텐데..... 고민하던 유다는 한 가지 꾀를 생각해냈다. ‘셀라는 아직 어리니 그가 장성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면 일단 위기를 모면할 수 있겠구나.’ 유다는 다말에게 “수절하고 네 아비 집에 가서 내 아들 셀라가 장성하기를 기다려라”하고 말했다.


다말은 시아버지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세월이 자꾸 흐르면 임신하기 힘들어지고, 그러다 후사를 이을 수 없게 되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도대체 시아버지는 셀라를 주려고 하지 않으신다. 어쩌면 시아버지는 온갖 핑계를 대며 영원히 셀라를 주시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말은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더 늦어 임신을 못하게 되면 큰일이다. 다말은 “무슨 낯으로 죽어서 남편 엘의 얼굴을 본단 말인가?” 라는 감상적인 고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단지 아들이었다. 당시 여성의 지위는 아들을 낳느냐 못 낳느냐로 결정되었다. 다말의 시아버지 유다도 며느리가 자식을 낳지 못했기 때문에 친정으로 내친 것이다. 만약 아들을 낳지 못한다면 다말은 남편 집안의 재산을 물려받지도 못하고, 친정에서도 천대받았을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든 아들을 낳아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아들을 낳는단 말인가?


다말이 깊은 고민에 빠져 있던 어느 날, 누군가가 와서 시아버지가 양털을 깎으러 딤나 지역으로 갔다고 전해주었다. 다말은 그때 깨달았다. ‘맞아. 시아버지와 관계를 맺으면 남편의 대를 잇게 된다.’


결심을 굳힌 다말은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몸을 감싼 후 딤나의 길가에 섰다. 사람들이 오가는 길가에 여자가 서 있다는 것은 몸을 팔겠다는 뜻이었다. 유다는 길가에 서 있는 여자가 며느리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관계를 맺자고 청하였다. 다말은 유다에게 화대를 얼마나 줄 것인지를 물었고, 유다는 염소 새끼 한 마리를 주겠다고 했다. 다말은 다시 염소 새끼를 주겠다는 징표를 달라고 했고, 유다는 흔쾌히 자신의 도장과 그 끈, 지팡이를 주었다. 그리고 둘은 관계를 맺었고, 그 후 다말이 임신하였다. 유다가 셀라를 주지 않았고, 다말이 홀로 된 지 오래인데 어떻게 임신하였단 말인가. 사람들은 다말이 간음을 저질렀으니 죽이자고 하였다. 유다가 관습에 따라서 다말을 죽이려 하자. 다말은 유다에게서 받은 징표들을 보여주었다. 유다는 다말을 죽일 수 없었다. 그 징표들은 자신이 준 것이 분명했고, 생각해보니 자신이 셀라를 주지 않았고 다말은 후사를 얻기 위해서 그렇게 할수 밖에 없었다.

 

누가 진정 유혹자인가?
여기서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만약 다말이 창녀로 변신하였을 때 시 아버지에게 발각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또한 정당한 징표를 얻지 못했을 경우에도 역시 간음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반면 시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랐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당연히 남편의 후사를 잇지 못하였을 것이고, 그러면 다윗 왕도 솔로몬 왕도 예수의 아버지 요셉도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다말이 이 사실을 미리 알았던 것은 아니지만, 생존을 위해서 중요한 결단을 내린 그 용기만은 높이 사야 할 것이다.


그런데 다말의 시아버지 유다는 정말로 다말을 알아보지 못하고 며느리와 관계를 맺었을까? 아무리 얼굴을 베일로 가렸다고 하지만 목소리를 들었을 것이고, 관계를 맺자면 옷도 벗었을 텐데, 더 기이한 것은 고대 근동의 민속을 전공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베일을 쓴 것은 기혼 여성들이고 창녀들은 쓰지 않았다 한다. 창녀들은 대개 얼굴 화장을 하고, 코걸이나 목걸이로 자신이 창녀임을 표시하였다. 그런데 다말이 그런 표시를 했다는 대목은 없다. 즉, 다말이 창녀 표시를 했다는 대목에 의심스러운 구석이 많다. 혹시 유다는 다말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지만, 자신도 후손을 원했기 때문에 다말의 행동에 동조한 것은 아닐까?


마지막으로 이 장을 마치기 전에 생각해볼 문제가 또 있다. 왜 예수의 족보에는 ‘비정상적인’ 여자가 다섯이나 있을까? 그 가운데는 라합과 같은 직업적인 창녀도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자기 조상 중에 그렇게 천한 사람, 비도덕적인 사람이 있다면 빼버렸을 것이다. 그런데 기독교는 신약의 첫 권이 되는 <마태복음> 1장에 버젖이 이 여자들의 이름을 기록해놓았다. 다른 사람을 구원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자신을 이렇게 낮추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자료정리/화지현리포터(womenisnews@hanmail.net)

2005-10-31, HIT :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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